2009년 입주 파주 운정신도시 설계부터 'U-시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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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일 오전 7시. 서울로 출근하기 위해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의 집을 나선 회사원 김유비(가명)씨는 교차로에 진입하다 옆 차와 부딪쳤다. 그러나 옆 차 운전자와 김씨는 서로 연락처만 주고받은 뒤 사고현장을 떠났다. 김씨와 옆 차 운전자 모두 현장에서 시비를 가릴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차로에 설치돼 있는 첨단 감지장치가 돌발사태를 감지하고 사고 현장을 모두 녹화한 것. 따라서 교통사고로 인한 정체 여파도 없었다.

주부 김모씨는 남편과 딸의 귀가가 늦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시내 곳곳에 설치돼 있는 CCTV 카메라와 비상벨 서비스 덕분이다. 위급상황 발생 때 가로등에 설치된 비상벨을 누르거나 휴대전화로 112에 전화를 걸기만 하면 근처에 있는 CCTV 카메라가 자동으로 작동된다. 카메라는 현장 영상 화면을 경찰서로 보낸다.

운정신도시의 모든 가정에는 광케이블이 국내 최초로 설치된다. 안방까지 들어온 광케이블을 통해 컴퓨터로 TV를 시청하고, 생생한 화면의 원격 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

대한주택공사와 파주시.KT는 파주 운정신도시를 이 같은 첨단 서비스가 제공되는 '유비쿼터스(u)-도시'로 조성하는 계획에 5일 합의했다.

2009년 말까지 건설될 운정신도시는 현재 택지 조성 단계에 있다. 이렇게 도시가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기획단계에서부터 '유비쿼터스 도시' 개념이 도입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KT와 부산시 등이 건설하기로 최근 발표한 '부산 유비쿼터스'의 경우 기존의 도시에 유비쿼터스 기술을 적용하는 식이다.

주택공사와 KT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이용해 운정신도시를 친환경 생태도시로 조성할 방침이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감지장치는 대기오염 정도를 파악해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 등을 당부할 수도 있다. 하천에 설치된 감지장치는 수량에 따라 수문을 어느 정도까지 조절하라고 시청 담당자에게 권고한다.

서울 도심에서 20여㎞ 떨어진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 일대 284만 평에 조성되는 운정신도시는 일산신도시(476만 평)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수용 인구는 12만5000명이며 아파트 4만2000가구 등 주택 4만6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아파트 분양은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주택공사와 KT는 유비쿼터스 도시의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데 900여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비용은 사업 시행자인 주택공사가 부담하며, 주택공사는 택지비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택지비 인상폭은 평당 7만~8만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주택공사 김채규 팀장은 "32평형 아파트 기준으로 분양가에 120만원가량 추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유비쿼터스를 염두에 두고 도시를 건설하기 때문에 기존 도시를 리모델링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는 설명이다.

◆ 유비쿼터스-도시=도시 전체를 첨단 통신네트워크로 묶는다. 거주민들은 교통.환경.복지 문제 등에 관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원격 진료.교육.시설물 관리 등의 서비스도 받는다.

이희성.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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