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가입 문호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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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대총선을 앞두고 정당가입의 범위가 국회의원 선거법개정문제와 함께 여야간의 새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민한·국민등 야당이 통·반장과 예비군중대장, 정부투자기관 임직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법률을 국회에 제출한데 맞서 민정당은 누구나 정당에 가입할 수 있게 한 현정당법의 정신을 내세워 정당가입의 문호를 확대키로 한데서 논란은 비롯되고 있다.
민정당은 정당가입에 관계되는 14개 법률과 2개 대통령령, 11개 정관 및 27개 규칙을 포함, 54개 제한법률을 모두 고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본시 의회정치의 근간이 정당정치고 정당정치는 국민의 자유로운 정당가입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것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 국민 모두가 적극적인 정당활동을 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지만 정당가입을 기피하는 일반적인 풍조에다 법적으로도 그것을 제한해온 것이 사실이다.
정당법이 명시하고 있는 공무원·교원·언론인은 물론 공공성을 띤 단체나 심지어 사기업에서도 임직원의 정당가입을 꺼림칙하게 여기거나 아주 금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당정치의 발전이란 점을 놓고 볼때 이것은 분명히 고쳐져야할 풍조다.
정당가입의 문호를 확대하려는 민정당의 방침은 이런 맥락에서 수긍이 가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통·반장이나 공공단체 임직원의 정당가입이 실현될 경우의 정치적 파문에 대해서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민정당이 정당가입의 문호를 더욱 넓히려는 반면 야당이 이를 엄격히 제한하려는 것은 원칙이나 명분이야 어떻든 다가오는 선거와 관련이 있다.
야당에서는 통·이·반장이나 소대장이상의 예비군 간부들이 정당에 가입할수 있게되면 공명선거가 크게 저해된다고 우려한다.
물론 정당선택의 자유가 문자 그대로 공명정대하게 보장된다면 별문제다. 그러나 솔직히 그것을 보장하기 어려운게 우리의 현실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공공성격을 띤 직능의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여당에만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결코 기우만은 아닌것이다.
제5공화국 출범후 민정당후원회는 참여를 원하는 사람을 모두 수용할수 없을만큼 붐빈 반면 야당후원회의 발족은 난산에 난산을 거듭했던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정당활동은 궁극적으로 정권을 다루는 것이므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자당의 세력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것은 당연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야당을 자극해서 날카로운 대립을 초래한다면 어느 쪽이든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상대방은 아무런 준비도 안돼 있는 터에 일방적으로 독주하는 것은 기회균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야당이 정당법개정안을 내놓자 민정당이 공직자의 정당가입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어색하다. 더우기 시기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당으로서 민정당의 자세에 오해가 생길 소지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게 정당을 선택할수 있는 분위기가 보장되는 일이다.
정당가입의 문호개방문제는 일반의 부질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선거후로 미루는 것이 보다 현명한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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