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시장 … 노다지 면세점 확보하라 … 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깜짝 합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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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유통 대기업들간의 수싸움이 본격 시작됐다.

 관세청이 중국관광객(유커)의 증가로 면세점 수요가 증가하자 오는 6월1일까지 신청을 받아 7월중 서울시내 3곳의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 발표하는데, 벌써부터 합종연횡과 신경전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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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3곳의 신규 면세점 가운데 두 곳은 대기업에, 한 곳은 중소기업에 돌아간다. 특히 두 곳의 대기업 면허를 두고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SK네트웍스(워커힐)·신세계·호텔신라·한화갤러리아가 피말리는 눈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가 12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합작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 회사는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날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을 면세점 후보지로 결정하고 연면적 28만㎡의 국내 최대 면세점을 짓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대형버스 1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옥외주차장 설립 계획도 함께 내놨다.

 최근 광주까지 완전 개통한 호남선KTX의 출발점이라는 교통 허브의 이점 위에 신라면세점의 운영 노하우를 합쳐 유커 쇼핑의 세계적 명소로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가 활성화돼서 일본 전자산업 전체가 성장하는 발판이 되준 것처럼 용산에 새로 들어설 면세점이 침체위기에 빠진 용산 전자상가와 주변 지역경제의 활력을 되찾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와 신촌·목동점, 무역센터점을 두고 저울질해오다 결국 무역센터점을 최종 후보지로 결정한 것이다. 면세점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신규 진출을 노리는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강남지역에 유커의 수요를 충족할만한 고품격 면세점이 없다는 차별화 전략을 관세청에 어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와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역시 시내 면세점 진출에 큰 관심이 있지만 아직은 탐색전을 벌이면서 상황을 보고 있다. 이중 신세계가 서울 충무로 본점을 후보지로 최종 선택할 경우 명동 상권을 놓고 롯데면세점과 대결이 불가피하다.

 관세청의 면세점 선정 평가기준에는 경영능력(300점)·관리역량(250점)·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와 함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이 포함돼 있다. 이들이 시내 면세점 사업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배경은 유커에 편승한 성장성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백화점·할인점 가릴것 없이 국내 유통시장이 죽을 쓰고 있지만 면세점만은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중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으로 해마다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8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2%나 급성장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내 면세점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본점 9~11층을 쓰고 있는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1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1조8000억원)을 앞질렀다. 본점이 지하에서 8층까지 영업해서 올린 매출을 단 3개 층 영업으로 제압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통 대기업들이 면세점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롯데(3곳), 호텔신라(1곳), 워커힐(1곳), 동화(1곳)등 총 6곳이 운영되고 있다.

심재우·이소아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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