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좌 기피하는 평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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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양서 온 편지 한통이 통일을 염원하는 6천만 우리겨레를 다시 한번 실망시켰다.
진의종국무총리 앞으로 보내온 강성산의 7일자 서한에선 우리가 제의한 남북한동포의 서신교환과 상호방문에 대한 반응은 전혀 찾아볼 길이 없다.
평양측은 민족문제를 우리민족끼리 해결하자는 우리측의 직접대화를 거부하고 미군철수만을 되풀이 요구하면서 미국을 포함시킨 3자회담을 고집했다.
6·25라는 반민족적·전쟁범죄를 저질러 이미 철수한 미군을 1년만에 다시 들어 오게한 장본인이 이제는 민족의 내부문제 해결에까지 외세를 끌어 들이는데 앞장 서 있는 것이다.
북한은 미군이 먼저 철수한 다음 남북간의 대화를 진행시키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경험 논리상 그것은 말이 안되는 소리다.
일단 철수한 미군을 다시 끌어들인 것은 북한이 저지른 전쟁도발이기 때문에 전갱재발을 방지할수있는 장치를 선행시킨 뒤에 미군이 철수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무엇보다도 미군의 주둔이나 한미방위조약 군사지휘체계등은 한국과 미국정부 사이의 문제이고 우리내정에 관한 사항이니 북한이 간여할 일이 못된다.
정치협상이나 외교교섭이란 상호간의 현상과 실정의 인정이 전제돼야 하는것은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북한당국자들은 이 것을 무시하고 마치 정복전쟁의 승자인양 내정에 간섭하여 여러가지 조건을 내걸고 있는 것이다.
평양측이 그렇게 나온다면 오히려 우리가 더 많은 조건을 내놓을수 있는 입장이다. 한 예만 들더라도 6·25전쟁책임의 문책과 중공·소련과 맺고 있는 군사동맹의 폐기등이 거기에 포함될 것이다.
강성산의 편지는 미군이 남한을 「강점」하고 있다고 주강했다. 미군은 분명히 우리정부의 요구에 따라 이땅에 진주했고 여러차례 철수하려다가 우리 정부와 국민의 강경한 만류에 따라 계속 주둔해 있는 것이다. 강점이란 바로 6·25때처럼 불시에 경계선을 침공하여 파괴,약탈, 살상을 일삼은 「인민군」의 행위 같은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북한측이 모를리는 없을 것이다. 분명히 충고해 두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남북경쟁에서 북한이 불리해진다는 사실을 평양당국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발전속도의 차이에서 오는 남북간의 힘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며 과거와 같은 무력이나 테러에 호소하는 행위는 더이상 용납될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강성산의 서신전달에서 나타난 하나의 발전을 소중하게 평가하고자 한다.
그것은 제3국을 경유하는 국제우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루어지던 북한의 대남통신방식이 서울과 평양의 우리말방송과 판문점에서의 쌍방실무대표간의 문서수교에 의한 직접방식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측의 방식을 뒤따라온 것이긴 하지만 차가운 남북관계에서의 하나의 변화임엔 틀림없다.
이 직접방식이 진전되어 직통전화의 재개와 직접대화로 발전되기를 바라는 것은 온 겨레의 소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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