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자선음악회서 톱악기 켜는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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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의사인 구자봉(55.부산누가정형외과 원장)씨는 국내의 대표적 톱 연주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30여년의 연주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기독교 성가 연주에 조예가 깊다.

"톱 연주는 특성상 빠른 연주 보다는 느린 곡에 더 맞지요. 지금까지 성가곡을 주로 연주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지요."

연주무대를 주로 교회로 삼았던 그는 5월 13곡의 찬송가를 담은 '톱 악기 찬양곡' 이라는 제목의 CD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런 그가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28일 오후 8시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심장 장애우 돕기 부산윈드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연주한 데 이어 같은 곳에서 '불우이웃 돕기'음악회에도 출연한다.

"연말이 돼도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온정이 예전 보다 훨씬 덜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저라도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주회에 부지런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구 원장이 톱 연주를 처음 접한 것은 1971년. 조선대 의예과 2학년이었던 그는 광주에서 열린 한 음악회에 갔다가 톱 연주를 처음 듣고 그 자리에서 매료됐다.

"톱으로도 제대로 된 음악을 연주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습니다. 공구에 불과한 톱에서 감동적인 소리가 나오니 신기할 수 밖에요."

그때부터 그는 독학으로 연주법을 익혔다. 다른 톱 연주자에게서 "자신의 팔길이에 맞게 톱을 자르면 악기가 된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톱 공장을 찾아 길이 90㎝ 정도의 톱 악기를 직접 만들었다. 그러나 연주는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바이올린을 배웠던 그는 바이올린 활로 대충 톱을 그으면 선율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톱은 날카로운 마찰음만 낼 뿐 제대로 된 음이 나오지 않았다.

"톱을 손으로 여기저기 짚어가면서 한음 한음 익혔습니다. 톱의 휜 정도에 음의 고저가 변하고 톱을 S자형으로 많이 구부릴수록 고음이 난다는 것도 반복 연습을 통해 터득했습니다."

톱 연주는 힘이 많이 들어간다. 한쪽 팔로는 톱을 S자로 계속 구부리고 한쪽 다리로는 톱이 흔들리지 않게 꽉 고정하면서 다른 다리로는 떨면서 톱을 적당히 진동시켜야 소리가 제대로 나기 때문이다.

"2~3곡을 연주하면 헬스를 30분 한 것처럼 힘이 들어요. 2곡 넘게 연습하면 다리와 팔 근육이 뭉칠 정도입니다."

구 원장은 앞으로 틈나는 대로 일반 무대에 자주 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우이웃도 돕고 톱 연주를 널리 알리기 위해 더욱 활발하게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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