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특집극 『조선충독부』·『객사』스케일에 비해 내실은 못거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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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기념일을 계기로 만들어지는 특집드라머는 자연히 기념일의 의미가 주제가된다.
6.25사변일에는 반공, 8.15광복절에는 독립이 주제가됨은 이미 고정화돼 있다.
이번3.1절을 기념하여 KBS와 MBC가 각각 내놓은『객사』와『조선총독부』역시 그날의 의미인 항일정신과 독립정신을 주제로 삼고있다.
이같은 특집극 주제의「스테레오타이프화」는 드라머를 통해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려는 면에서 볼때는 큰 약점이 된다.
왜냐하면 시청자들은 이미 그 드라머가 어떤식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점칠수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특집극에서 중점적으로 고려돼야할 것은 바로 주제에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갈것이냐는데있다.
『객사』는 가난한 이들의 항일정신을 우리민족속에 뿌리내리고있는 유교와 일본의 신사와의 대립을 통해 표출시키고 있으며, 이에반해 『조선총독부』는 일제 식민치하에서 보여지는 전형적인 독림투사상을 조선총독부라는 식민통치기구에 조감시켜 항일정신을 그려보이고 있어 각기 상이한 접근법을보인다.
이같은 접근법을 놓고볼때 정석적인 플레이를 펼친 『조선총독부』보다 『명사』쪽이 보다 참신한 시각이 아니었나싶다.
그러나 극의 구성과 전개과정에있어 『객사』는 한 촌민이 목숨을걸고 신사를 반대하는 그맥을 표출하는데 미흡했다.
반면 『조선총독부』의 경우 다큐멘터리적 수법을 동원, 극의 진행이 박진감있게 처리됐으며 정덕과 층권의 로맨스도 재미를 더하는 한요인이 됐다.
이번 특집극은 그스케일면에서볼때 장대하였으나 그만큼의 내실을 거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객사』에서 보여진 정영숙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물에대한 성격이 뚜렷이 살아나지 않은 것은 연출자의 작품에 대한 해석상의 문제가 아닐까싶다.
또『조선총독부』역시 군데군데 불필요한 스톱모션을 남발함으로써 카메라의 효과가 오히려 줄어든 인상을 주었으며 제1부에 사용된 음악 역시 극의 분위기와 어울리지않아 거슬리는 대목이었다.
이와 함께 앞으로의 특집극에는 과거의 시각에서 조명된 구태의연한 작품을 택하기 보다 오늘의 시각에서 재조명한 작품들-예를들면 친일파의 후예들이라든가-이 나왔으면 한다.<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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