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묻지마 수혈' 또 에이즈 집단 발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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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중국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에서 열린 '에이즈 알기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손도장을 이용해 에이즈 퇴치운동을 상징하는 거대한 빨간색 리본을 만들고 있다. 중국 위생부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앞으로 5년 안에 중국의 에이즈 감염자 수를 150만 명 이하로 묶지 못하면 사회적 불안과 경제적 퇴조를 겪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허페이 AP=연합뉴스]

중국에 또 에이즈 집단 발병 지역이 등장했다. 1996년 발생해 2001년 진상이 밝혀짐으로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허난(河南)성 상차이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발병 지역은 허베이(河北)성 싱타이시 외곽의 10여 개 현이다. 집단 발병은 무자격으로 농촌을 돌아다니며 감염자의 혈액을 채취한 뒤 병원에 넘기고, 병원 측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수혈하는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경제시보(中國經濟時報)는 지난달 30일 1면을 포함해 전체 8개 면을 할애해 싱타이 지역의 발병 경위를 자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현재까지 에이즈 발병으로 14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감염된 상태다. 이와 별도로 어린이 20여 명도 에이즈 환자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마구잡이로 혈액을 사들여 병원에 넘기는 업자들과 혈액형 검사만 거친 뒤 환자들에게 수혈하는 병원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병원에서 수혈하기 위해 400㎖의 혈액을 460위안(약 6만원)을 주고 산다. 이 가운데 200위안은 채혈업자 몫이고, 100위안은 피를 판 사람에게 돌아간다. 병원 측 잘못으로 감염됐다는 사실을 안 환자들이 병원을 점거하는 일도 있었으며, 병원 측은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경비원을 동원해 구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감염자는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은 언제 증상이 나타날지 모르는 가운데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감염자 중 일부는 사회에 대한 보복을 꿈꾸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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