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비·수도요금 유용 … 부산 아파트 비리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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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해 6월 25일 주택법 제59조가 개정·시행됐다. 핵심은 공동주택(아파트) 관리비를 자치단체가 감사할 수 있게 된 것. 300가구 이상 아파트나 150가구 이상이면서 승강기(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는 모두 감사 대상이다. 부산에서는 1000곳 이상이 해당된다. 또 올해부터 300가구 이상 아파트는 무조건 민간업체의 회계감사를 받아 그 결과를 입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아파트 비리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법이다. 이 법 시행으로 비리를 저지른 아파트 관계자 등이 속속 처벌을 받고 있다. 앞으로 자치단체가 감사를 강화할 계획이어서 비리 적발은 잇따를 전망이다.

 부산시는 지난 한 달 동안 공인회계사회와 한국기술사회 협조를 받아 동래구 H아파트(227가구 입주)를 감사해 그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입주민 30% 이상이 신청해 진행한 감사였다. 결과는 입주민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박모(56)씨는 2003년 말부터 회장을 맡아 왔고, 지하주차장에 개인사무실을 마련해 사용했다. 2010년 아파트 칠을 다시 할 때 전문업체가 8400만원에 응찰했지만 면허가 없는 업체와 9900만원에 계약해 입주민에게 1500만원 손해를 끼쳤다. 2013년 8월에는 아파트 관리비 통장을 해지해 300만원을 개인적으로 가져갔다. 본인 차량 3대의 주차비 월 10만원을 내지 않고 6000원만 냈다. 가구별로 납부하는 수도요금을 실제보다 많이 받고도 환급하지 않은 채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등으로 부당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결국 부산시 의뢰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이뿐 아니다. 이 아파트는 자격을 가진 주택관리사 없이 계약을 하거나 입찰 없이 공사를 맡기곤 했다. 관리소장 등이 고발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이유다. 특히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이 아파트와 거래한 10개 업체(7200만원 상당)는 국세청에 통보돼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비슷한 비리는 지난해에도 적발됐다. 부산 지역 구·군은 지난해 아파트단지 21곳을 감사해 과태료 부과 10건, 시정명령 41건, 행정권고 200건을 조치했다.

 이러한 감사로 아파트 비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감사가 보통 아파트 단지 1곳당 2주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부산시 감사는 올해 수십 곳에 그칠 전망이다. 또 입주민 30% 이상 동의를 받거나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를 거쳐 감사를 신청할 수 있어 민원이 제기된 아파트만 감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감사 결과에 불만이 있을 경우 이의신청이 가능해 실제 감사 처분 결과가 나오기까지도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형찬 부산시 건축주택과장은 “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곳을 감사하기는 어렵다”며“입주민이 관리비 사용 등에 대한 감시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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