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가계 대출, 석달 새 9조70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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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이 가계에 내준 대출이 올초 석 달 새 1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연초부터 이렇게 많이 가계대출이 늘어난 건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하루 앞둔 8일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올 3월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570조6000억원으로 1분기(1~3월) 동안 9조7000억원 증가했다. 은행이 아닌 2·3금융권에서 취급한 대출과 기업대출은 뺀 수치다.

 한은 금융시장국 이정헌 차장은 “2008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증가폭”이라며 “은행 가계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부채는 올 1분기 잔액과 증가액 모두에서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한 건 주택담보대출 때문이다. 올 1월에서 3월 사이 주택담보대출은 11조6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2000억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올 3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 역시 418조4000억원으로 가계대출 중 대부분(73.3%)을 차지했다. 치솟는 전세 비용과 낮아진 금리로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수요가 생겼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싼 주택담보대출을 추가로 받아 생활비, 창업 자금 등으로 쓰는 이도 늘었다. 반면 주택담보보다 금리가 비교적 높은 마이너스통장 등 다른 대출은 올 1분기 1조8000억원(은행신탁 제외) 줄었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융안정보다 거시경제를 우선 고려하겠다”고 선언한 이주열 한은 총재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일단 시장에선 9일 열리는 금통위 결과를 ‘기준금리 동결’로 점치고 있다. 그렇다고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작아진 건 아니다. 9일 한은은 금통위를 열면서 경제전망 수정치를 내놓는다. 지난 1월 3.4%로 발표했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치를 낮출 예정이다. 1.9%로 봤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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