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드 '네츠의 수호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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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7분여를 남기고 뉴저지 네츠의 제이슨 키드가 오른쪽 발목을 부여잡은 채 코트 바닥에 쓰러졌다. 25일(한국시간) 네츠의 홈코트 콘티넨털 에어라인스 아레나에 모인 1만9천9백23명의 관중은 한순간 침묵에 빠져들었다.

ESPN이 '키드조(組);Kidd's crew'라고 표현할 만큼 키드에 대한 의존도가 큰 네츠였기에 홈 팬들이 긴장한 것은 당연했다.

키드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센터 벤 월러스와 리바운드를 다투다 착지하면서 월러스의 발등을 밟고 발목이 뒤틀렸다. 줄곧 유리한 경기를 펼치며 10점 이상 리드해 왔지만 피스톤스의 마지막 반격이 이어지면서 83-74로 쫓기는 승부의 고비였다. 키드는 수건을 악물고 고통을 참아냈다. 그리고 마침내 키드가 일어서자 홈팬들은 'MVP!'를 연호하며 환호했다.

팬들의 판단이 옳았다. 키드는 부상을 딛고 일어선 후 8득점을 몰아쳐 피스톤스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네츠는 로드니 로저스의 레이업슛, 루시우스 해리스의 3점슛으로 88-74를 만든 다음 키드의 점프슛 3개와 자유투 2개로 3분 만에 스코어를 95-75로 벌려 승부를 결정지었다. 키드는 관중의 기립박수 속에 앤서니 존슨과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다.

네츠는 1백2-82로 경기를 마무리, 7전4선승제의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동부지구 결승 시리즈를 4연승으로 장식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동부의 제왕'임을 선언했다. 네츠는 지구 준결승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4연승한 것을 포함, 플레이오프 최다연승 4위 기록인 10연승을 구가했다.

네츠는 서부지구 결승인 샌안토니오 스퍼스(2승1패)-댈러스 매버릭스(1승2패)전의 승자와 6월 5일부터 NBA 최후의 왕좌를 놓고 7전4선승제로 맞붙는다. 스퍼스는 24일 매버릭스에 96-83으로 승리, 1패 후 2연승했다. 4차전은 26일 댈러스에서 벌어진다.

키드는 39분 동안 26득점.12리바운드.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모두 팀내 최고 기록이었다. 그러나 키드는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넓은 시야로 예상 외의 낙승을 끌어냈다. 키드의 스피디한 경기 운영은 속공 수에서 19-0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장했고 NBA 최강의 수비력을 자랑하던 피스톤스는 이 속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쓰러졌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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