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딸, 한때 가출 … 학교 밖 청소년 문제 남의 일 아니더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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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시에 가출청소년 쉼터를 짓고 있는 논산 공고 홍성욱 교사(뒷줄 맨오른쪽). [신진호 기자]

논산공고 홍성욱(53) 교사는 아내 강춘화(49)씨와 논산시 은진면 성평3리에 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만들고 있다. 부부가 모아둔 5억원으로 900㎡ 부지에 2층 건물을 짓는 중이다. 7월께 문을 여는 쉼터의 이름은 ‘꿈이레청소년쉼터’다. 세상이 시작된 이후 존재해온 꿈을 이루라는 뜻이다.

 이들은 인터넷 공간(사이버 나눔터)에서 청소년들과 상담해왔다. 청소년들이 가정불화와 학업 문제 등으로 가출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고3인 홍씨 부부의 딸도 한때 가출을 했다고 한다. 청소년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쉼터를 열기로 마음 먹었다. 홍 교사는 쉼터의 1층은 청소년들의 거주 공간으로 쓰기로 했다. 이곳에 15명 정도의 가출 청소년을 데려다 보살필 예정이다. 홍 교사는 부인과 함께 쉼터 2층에 살 예정이다. 집이 다 지어지면 논산시내 아파트에서 이곳으로 이사한다.

 홍 교사는 일단 3개월간 쉼터에서 가출 청소년들을 돌본 뒤 집으로 돌려 보낼 계획이다. 우선 재능검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어떤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알아보고 전문가와 1대1 지도를 통해 적성을 찾도록 한다. 악기를 배우도록 하고 연극 활동이나 텃밭에서 농사 체험을 할 기회도 주기로 했다. 쉼터 운영비는 홍 교사 월급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부분은 후원을 받기로 했다. 일단 1004명에게 1만원씩 모으는 게 목표다.

 홍 교사는 “가출했는데도 아무도 찾지 않고 방치하면 더 큰 사회 문제가 된다”며 “쉼터 운영으로 한 명이라도 바른 길로 간다면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글, 사진=신진호 기자 zino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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