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우승 … 유재학 감독이 웃지 못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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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지한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울산 모비스가 프로농구 최초로 3연패를 달성했다. 지난 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통산 6번째 우승을 확정한 모비스 선수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자축했다. 그러나 유재학(52) 모비스 감독은 “농구 인기가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며 한국 농구의 앞날을 더 걱정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쾌거를 이끌었던 유 감독의 입에서 프로농구의 앞날을 우려하는 말이 나왔다.

 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가장 형편없는 시리즈였다. 4경기 총 1만7714명이 입장해 프로농구 챔프전 총관중 최소 기록을 세웠다. 3028명이 입장한 지난달 31일 2차전은 챔프전 최소관중 2위였다. 당시 지상파 TV 중계를 명목으로 평일인데도 경기 시간을 오후 5시로 옮겼지만 시청률은 전국평균 1.0%에 불과했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직후 나란히 선 유재학(왼쪽) 감독과 김영기 KBL 총재. [사진 KBL]

 6강·4강 플레이오프(PO)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농구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였다. 외국인 주장 리카르도 포웰(32)을 앞세운 정규리그 6위 전자랜드의 반란, 데이본 제퍼슨(29)의 퇴출에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던 LG의 선전이 있었다. PO 18경기에서 9만3000명이 입장해 역대 최다 2위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정작 챔프전에서 힘이 빠졌다. 정규리그 1·2위 팀 간 대결이었지만 긴장감은 전혀 없었다. 일방적인 승부 탓에 PO 때와 같은 이야깃거리도 없었다. 유 감독도 “건방질 수도 있지만 예전처럼 눈물날 만큼 기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농구연맹(KBL)의 연이은 실책도 챔프전 흥행에 찬물을 끼얹었다. 3차전에서는 유 감독과 언쟁을 벌인 기록원이 갑자기 자리를 떠나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1·3·4차전에선 KBL을 비판하는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내건 팬들과 구단 직원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1~3차전 현장을 찾지 않았던 김영기(79) KBL 총재가 처음 찾은 4차전에 지각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프로농구는 겨울 스포츠 라이벌 프로배구와도 대조됐다. 8연패를 노렸던 삼성화재의 독주를 막은 창단 2년차 OK저축은행의 기적같은 우승은 큰 화제를 모았다. 프로배구 정규리그 관중도 지난 시즌보다 23.2% 증가했다. 반면 올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관중은 지난 시즌 대비 11.6% 감소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기대감이 컸던 2014~15 프로농구는 재미없는 챔프전으로 끝났다. 프로농구가 더 침체될 것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총괄 책임을 져야 할 KBL은 현실을 타개할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로서 위상을 되찾기 위해 혼신의 뜀박질을 하겠다”던 김 총재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다.

김지한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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