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에버라드의 시대공감] 북한, 이란 핵협상 전략 ‘열공’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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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호 31면

많은 사람이 지난 2일 타결된 이란 핵협상과 북한 핵협상(또는 협상 부재)을 비교하며 비슷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은 모두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고, 둘다 경제 제재 대상이다. 또 이들의 신념과 정치 체계는 서방 세계와 너무 다르며, 둘 다 핵무장을 통한 안보를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은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북한은 지금까지 세 번이나 핵실험을 한 반면 이란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두 나라 모두 국제사회에서 소외돼 있지만 이란은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이 있고, 그들의 국제 감각은 북한 관리들보다 뛰어난 편이다. 많은 이란 사람들은 1979년 혁명 이전 친미 국가였고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웠던 자신들의 과거를 기억한다. 또 이란에 대한 유엔의 경제 제재는 대북 제재보다 더 가혹하기 때문에 이란은 제재 해제를 통해 얻을 게 많다.

핵 협상과 관련해서 두 사례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합의를 집행할 국제사회의 능력이다. 이 점에서 이란은 북한보다 취약하다. 첫째, 이란 경제는 세계 경제에 통합돼 있는 반면 북한은 중국 뒤에 숨을 수 있다. 둘째, 만약 이란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당사국들은 미국 등의 군사적 개입을 요구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폭격하려고 했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아라비아 모두 이번 협상을 언짢게 바라보고 있다. 만약 미국이나 이스라엘, 심지어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란에 군사력을 쓴다고 해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상황은 다르다. 북한은 중국의 유일한 동맹국이다. 현재 북·중 관계를 볼 때 중국은 군사적으로 북한을 방어하는 데 회의적일 것이다. 하지만 북한을 침공하려는 국가는 중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도박을 할 수는 없다. 누구도 중국과 싸우는 것을 원치 않는다. 또 한국의 동의없이 북한을 공격하기는 힘들 텐데 한국이 이런 동의를 해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반도에서 일단 전시 상황이 벌어지면 아무리 초기 대응을 잘해도 서울이 큰 피해를 입는 걸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과 이란은 합의 집행의 관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02년 북한이 핵시설을 일방적으로 재가동한 것처럼 이란이 합의를 깨도 국제사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그래서 틀렸다.

이런 차이에도 이번 이란 합의는 북한에 영향이 있을 것이다. 첫째, 북한은 이번 협상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북한과 이란은 좋은 관계를 맺어 왔으며 민감한 무기개발 정보도 교환한 적이 있다. 이란은 협상과 관련한 정보를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등을 통해 걸러진 정보와 달리 북한은 이를 신뢰할 것이다. 둘째, 이란이 ‘거대한 사탄’이라고 부르는 미국과 합의하고, 무장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미국과 군사협력까지 하면서 북한의 우호세력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미얀마와 쿠바도 돌아섰다. 시리아가 남아있지만 북한 무기를 계속 사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 내부에서 핵 문제를 적당히 해결하고 새로운 우호세력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북한의 상황은 내가 2월 1일자 칼럼에 ‘북한이 더 나은 국제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라고 쓴 내용으로 돌아간다. 북한의 그런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러시아와 좋은 수사(修辭)를 주고 받고 있지만 그 뿐이다. 돈은 들어오지 않는다. 일본은 최근 대북 제재 연장을 발표했다. 한국과도 여러 가지 얘기가 오갔지만 북한은 지난달 26일 김국기 씨 등 2명을 남한 간첩이라며 억류했다.

결정적으로 북한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려다 거절 당했다. 북한이 자국 경제 상황에 대한 통계와 정보를 국제 수준에 맞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다. 과거 북한이 다른 나라에서 빌린 돈을 상습적으로 갚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중국 측의 설명을 믿지 못하고 뭔가 정치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번 이란 핵협상 타결이 북한 관리들에게 핵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친구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북한은 또 핵실험 같은 도발을 할 것이다. 그런 행동은 유일한 동맹국인 중국을 더 멀어지게 한다. 도발과 위협이 어떤 좋은 결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도 이제는 알 때가 되지 않았나. 북한은 이란 핵협상 과정을 면밀하게 학습하고, 이란 정부의 전략을 흉내라도 내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존 에버라드 전 평양 주재 영국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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