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36년 경제제재 벗으려 … 최소 10년 '핵 족쇄'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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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한 합의로 가는 첫걸음이 된, 상세히 기술된 핵 개요.” 2일 이란 핵 잠정합의안인 ‘포괄적 공동 행동계획’(JCPOA)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총평이다. 장차 정교한 합의를 위한 토대가 되는 정치적 합의인데도 구체적 변수들이 다뤄졌다는 의미다.

 이란은 대폭 핵 활동을 줄이는 대신 1979년 이란혁명 이후 자신들을 옥죄었던 경제제재가 풀리길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제사회로선 이란이 합의를 이행한다면 적어도 10여 년간 이란의 핵무기 개발 걱정은 덜어도 되게 됐다. 다음은 주요 합의 사항.

 ①우라늄 농축=이란은 기존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1만9000개를 다 유지하고 싶어했고 미국은 1000~2000개로 줄여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10년 동안 6104개로 줄이기로 했다. 이란 나탄즈에 있는 가장 오래된 원심분리기(IR-1s형) 5060개는 계속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게 허용했다. 대신 농도는 15년간 3.67%(원전 원료용 수준)를 넘지 않도록 했다. 15년간 새로운 농축시설을 지을 수도 없다.

 또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인 포르도에서도 연구시설로 전환하고 최소 15년간 농축을 금지했다. 미국·이스라엘은 미사일 공격으로도 끄떡없는 지하 시설이라 특히 우려했었다. 저농축우라늄(LEU)은 15년간 현재 10t에서 300㎏으로 줄이기로 했다.

 ②플루토늄=이란의 또 다른 핵 시설인 아라크의 중수로에서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게 서구의 의심이었다. 이란은 이를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재설계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국외로 반출하며 재처리 연구개발(R&D)을 무기한 수행하지 않기로 했다. 추가 중수로 건설도 하지 않기로 했다.

 ③사찰=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그간 이란이 공개하지 않았던 나탄즈·포르도를 포함한 모든 핵 시설을 정기 사찰하게 된다. 서방에선 “10~15년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라늄 광산은 25년간 사찰할 수 있다. 또 핵무기 개발을 의미하는 ‘가능한 군사적 차원’(PMD) 문제도 IAEA의 검증을 받기로 했다.

 ④제재=이란은 즉각적인 제재 해제를 원했지만, IAEA가 이란이 합의를 이행했다고 확인한 후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유엔의 제재를 풀기로 결론 났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6월 본협정이 체결되면 제재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란이 합의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해제했던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스냅백(snapback)’ 규정도 뒀다.

 ⑤기술 합의는 더 어려울 수도=6월 말까지 기술적 합의 과정이 더 어려울 것이란 게 통념이다. 여기에 워싱턴과 테헤란의 정치도 변수다. 미국 협상팀에선 ‘브레이크아웃 타임’(핵무기 보유를 결정한 시점부터 핵 물질 확보까지 걸리는 시간)을 2~3개월에서 최소 1년으로 늘렸다고 주장하지만 NYT는 “10년간만 적용돼 미 의회가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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