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예산낭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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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해 쩔쩔 매는 한 지자체가 연간 자체 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돈으로 아파트를 구입해 소속 공무원에게 반값으로 임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주민 복지에도 모자란 예산으로 직원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경상남도 산청군에 대한 감찰을 실시한 결과, 산청군이 2012년부터 올해까지 자체 예산 총 204억원을 들여 직원용 아파트 129가구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군은 이 아파트를 소속 공무원 120명에게 시세의 절반 값에 전세로 임대했다. 산청군은 아파트 값으로 2012년 20억원에 이어 2013년 98억원, 2014년 78억원의 예산을 각각 집행했다. 올해도 8억원의 예산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산청군의 아파트 구입은 ‘지역경제 활성화’가 명분이었다. 외지에 살고 있는 직원들을 군 내로 유입시키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란 이유였다. 하지만 행자부는 그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산청군의 연간 자체수입과 재정자립도 등을 감안했을 때 직원용 아파트 구입은 재정 운용의 건전성을 무시한 것으로 지적했다.

행자부 노경달 조사담당관은 “2013년 결산 기준 산청군의 재정자립도는 13.4%로 전국 최저수준”이라며 “자체 수입으로는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교육경비 보조 등 군민의 복지를 위한 예산은 생각조차 못하는 실정인데도 직원용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청군 직원용 아파트에 투입된 예산 204억원은 구입 결정 당시인 2012년 군의 자체수입 373억원의 55%에 해당한다”며 “군민 복지에도 모자란 군 예산으로 군청 직원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산청군 의회는 '산청군 공무원아파트 특별회계 설치 조례'를 만들어 동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 사이 군수가 바뀌었고, 공무원들은 지방의회 의결 등 외견상 필요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책임을 질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노 담당관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재정을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자치단체의 의무에 비춰 산청군의 직원용아파트 과다 구입은 부적합하다”면서도 “자체수입을 지방의회 동의를 받아 집행했기 때문에 예산편성기준 위반은 아니다. 다만 이를 계기로 다른 지자체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자부는 공무를 위해 필요한 수량을 제외하고는 매각하라고 산청군에 권고했다.

유명한 기자 famous@joongag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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