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국제부문 기자
지난 1월 6일 활동을 시작했던 해외자원 개발 국정조사특위가 청문회도 못 열고 좌초될 위기다. 1일 여야 간사들의 청문회 증인협상이 결렬되면서다. 특위 활동 종료일은 7일. 청문회를 열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출장비 2억원을 들여 해외 답사까지 다녀온 특위의 활동이 벽에 부딪친 것이다.
새누리당은 처음부터 증인 채택에 합의해 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명박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증인 5명(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부를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흔들림 없이 유지했다.
권 의원은 지난달 23일 원하는 증인 명단을 야당과 주고받는 자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정세균 전 대표의 이름을 써냈다. 이후 야당이 문 대표의 청문회 출석을 검토하며 새누리당 요구에 응하려 했지만 “5명은 절대 안 된다”는 권 의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몰라도 나머지 네 사람은 여당이 양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 야당 입장에선 “판을 깨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특위는 여야 위원들이 합의하면 25일간 활동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권 의원은 1일 협상이 결렬된 뒤 기자들에게 “저는 기간 연장을 하더라도 증인협상이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여기서 접자고 (야당에) 말했다”고 했다.
야당은 야당대로 무능했다. 자원 개발 실패의 진상 규명보다 ‘전 정권을 망신 주겠다’는 속마음을 처음부터 너무 드러냈다. 특위 소속 의원들이 입수한 자료는 특정 언론에 계속 새 나갔다. 일부 언론과 협조해 ‘한 건’을 폭로하려고 별렀으나 망신 주기 이상의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없었다.
지난 1월 6일 국정조사계획서 채택을 위한 첫 간사 회동에서 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는 이명박 정부에 한정하자”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 개발은 대통령이 총지휘했다. 성역 없이 전직 대통령도 부른다고 약속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정조사 과정을 거치며 압박을 해 나가도 역부족일 텐데, 처음부터 자신의 패를 꺼내 밀어붙였다. 그러니 상대의 방패는 날이 갈수록 두터워졌다.
야당 특위 위원들은 2일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논현동 사저 앞으로 몰려가 피켓시위와 기자회견을 한다.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여당, 전략 없이 목소리만 컸던 야당의 공방 속에 86일의 아까운 시간만 흘렀다. 국정조사의 꽃이라는 청문회가 무산 위기에 처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종문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