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사 부임 크게 쓰던 북한, 이번엔 딱 두 문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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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신임 중국 대사 소식을 전한 2010년 3월 30일자 노동신문 1면(위 사진)과 2015년 3월 31자 2면.

169자와 120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010년 3월 9일자와 올 3월 31일자에 각각 평양 주재 중국대사의 부임을 보도한 기사의 글자수다. 2010년 보다 올해 49자가 줄었다.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게재한 노동신문의 지면 크기도 3분의 2 정도로 축소됐다. 노동신문은 2010년 류훙차이(劉洪才) 당시 대사의 신임장 제정 소식을 전하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담화를 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같은 달 30일엔 1면 머리기사로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류 대사를 불러 “환영하며 따뜻한 담화를 했다. 만찬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엔 류 대사의 후임인 리진쥔(李進軍) 대사의 부임 소식을 2면 중간에 배치하며 신임장 제정 등 단 두 문장으로 압축 보도했다.

 반면 중국 신화통신은 이날 한국어판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리 대사에게 “북한은 북·중간 전통적 우의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한 것까지 소개했다. 모두 489자였다. 같은 소식을 두고 북·중이 온도차를 보이는 것이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8일 중국이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것을 두고 “미국에 아부굴종하며 체면도 저버린 자들”이란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북·중관계가 어떻게 돌변할진 미지수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에서 “양국 관계는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에 특정 시기와 개별적 일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되며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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