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철사기·물품사기 등으로 40억원 가로챈 보이스피싱 일당 10명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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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빙자 사기, 물품 매매 사기, 기관 사칭 사기 등 보이스피싱 수법을 총동원해 수십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보이스피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의 지시를 받고 돈을 인출·송금한 혐의(사기 등)로 국내 인출총책 전모씨(26·여)등 10명을 구속하고 3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1일 밝혔다. 전씨 등은 지난해 10월 20일부터 올해 2월 11일까지 보이스피싱에 속은 300여 명의 피해자가 입금한 40억 원 상당을 인출해 필리핀 총책에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와 그의 동창 차모(26·여)씨는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총책 민모씨로부터 인출금액의 5~10%를 받기로 하고 인출책으로 활동해 왔다고 한다. 이들은 대포 통장 1300여 개를 받아 일부는 다른 인출책에게 보내고, 일부는 직접 인출하는 수법으로 34억원을 필리핀 총책에게 송금했다. 이들이 인출책으로 활동하면서 4개월간 벌어들인 돈은 2억 원에 달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민씨는 사설 스포츠 토토 등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한 적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토토 이용자들이 입금한 돈을 인출해 지정된 계좌로 송금해 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며 인출책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고철 등을 취급하는 중소기업에 접근해 “고철이나 알루미늄휠 등을 싸게 팔겠다”고 해놓고 돈만 가로채는 ‘고철사기’ 수법도 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세금계산서나 사업자등록증 등을 허위로 꾸며 타깃으로 삼은 업체에 물건을 파는 것처럼 속여놓고는 적게는 1500만원, 많게는 5000만원 까지 돈만 챙겨 잠적했다.

경찰·검찰·금융감독원 등 기관을 사칭해 돈을 받아내거나, “카메라와 카메라 렌즈 등을 싸게 팔겠다”며 돈만 받고 물건은 보내지 않는 전형적인 ‘물품대금 사기’ 수법도 썼다.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이미 수천만원의 빚을 지고 있던 한 피해자는 일당에게 대출사기까지 당하게 되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지난 1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범 11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필리핀에 있는 총책의 행방을 쫓고 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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