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OK저축은행 … 삼성화재 상대 2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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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 시몬(위)은 삼성화재 레오와의 주포 대결에서 승리하며 2연승을 이끌었다. [대전=뉴시스]

이변은 한 번 뿐이라고들 했지만 아니었다. 김세진과 겁없는 아이들에게는 한계가 없었다. 프로배구 OK저축은행이 거함 삼성화재를 그들의 안방에서 두 차례나 셧아웃시켰다. 우승까지는 단 1승만 남았다.

 OK저축은행은 3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5전3승제) 2차전에서 8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화재를 3-0(25-22, 25-20, 25-20)으로 이겼다. 한 번만 더 이기면 창단 2년 만에 정상에 오른다. 역대 챔프전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긴 경우는 세 차례 있었고 모두 우승컵을 안았다.

 OK저축은행은 이틀 전 1차전에서 정공법으로 삼성화재를 3-0으로 제압했다. 강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세터 유광우가 레오에게 좋은 토스를 올릴 수 없도록 했다. 정규시즌에서 56.9%를 기록했던 레오의 공격 성공률은 47.0%에 그쳤다.

 2차전도 같은 흐름이었다. 김세진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특별한 전략은 없다. 어제도 서브만 가볍게 연습했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은 경기 당일 오전 연습도 하지 않았다. 훈련을 빠짐없이 한 삼성화재와 대조적이었다.

 자신감은 경기력으로 드러났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범실을 두려워 말라”는 김세진 감독의 주문대로 거침없이 움직였다. 송희채와 정성현의 안정된 리시브를 바탕으로 세터 이민규의 토스를 받은 시몬(24점)과 송명근(14점)이 삼성화재 코트를 맹폭했다. 주전 중 챔프전을 경험한 선수가 한 명도 없는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반면 정규시즌을 연패 없이 마무리한 삼성화재는 안방에서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무너졌다. 레오의 공격성공률은 이날도 43.8%(21점)에 머물렀다.

 사제간의 지략 대결도 흥미로웠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19차례나 결승에 나선 백전노장이다. 반면 김 감독은 이번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17년간 삼성화재에서 신 감독을 보며 지도자 수업을 받은 김 감독은 초보답지 않게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만약 진다면) 나와 함께 오래 한 사람에게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신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 감독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기술을 뛰어넘은 것 같다”면서도 “아직은 즐길 때가 아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OK저축은행 유니폼에 쓴 글귀(기적을 일으키자)를 우리가 이룰 수 있게 심기일전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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