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포커스] ‘시진핑의 입’과 ‘리커창의 손’을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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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가 다시 봄날이다. 최근 중국 증시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 나타났다. 3월 들어 일거래대금이 1조위안(180조원)을 10일째 넘어서는 대폭발을 보이면서 일거래대금 사상최고치인 1조8000억 위안을 갱신했다. 이 과정에서 2개 대형증권사의 서버가 거래량을 못 이기고 터진 것이다.

이 정도면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판인데 중국 정부는 오히려 기름을 부었다. 국무원은 자본시장과 창업시장을 육성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리커창 총리는 중국발전포럼에서 증시로 자금유입을 계속 허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11월에 이은 중국 증시의 2차 상승은 ‘국가주도의 불(bull) 마켓’이다. 지난해 11월 급등 이후 2개월 반의 조정기를 거쳐 증시가 다시 속등한 것은 정부가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 2차 상승, 국가주도의 불 마켓
중국 정부는 미국의 401k를 흉내 낸 양로기금의 증시투입을 결정했다. 인민은행장이 양회 기자회견을 통해 증시로의 자금유입이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발언을 했다. 증감원도 대변인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증시 상승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코멘트 했다. 한마디로 정부당국이 증시상승의 발목을 잡는 일은 하지 않으리라는 시사를 한 것이다. 그러자 개인, 기관, 외국인 할 것 없이 중국 증시로 자금을 들고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 먹기는 쉽지 않다. 후강퉁(扈港通)은 중국이 외국인 돈 벌어 주려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주식이 천장을 뚫고 하늘을 찌를 때 모두가 먹는 것 같지만 중국인들의 내공과 전략을 모르면 한국 투자가들이 중국 개인 투자자들을 따라가기 쉽지 않다.

강세 시장의 초기에는 태풍이 불어, ‘날아 다니는 돼지’를 고르는 쉬운 게임이지만 바람이 잠잠해지면 먹은 것 다 토해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을 잘 알아야 벌지, 어설프게 알면 공산당에 기부하고 중국인들 재테크에 밑반찬 깔아주기 십상이다. 중국 증시에 개인이 90%가 넘지만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중국의 개인투자가 1억8000만 명 중에는 선수가 많다. 그 중에는 칭화대, 베이징대, 푸단대 출신의 천재들도 수두룩하다. 그리고 5억6000만 대의 스마트폰에서 돌고 있는 정보의 유통은 지금 세계 최고 속도다.

그래서 중국투자는 독(獨)하게 공부(讀)하는 독(毒)종만 살아 남는다. 엉덩이 질기고 간 크며, 배짱 두둑한 사람만 벌고, 인터넷 공짜정보 좇아 이리저리 왔다 갔다하는 새가슴과 팔랑귀는 돈 벌기 어려운 시장이다.

중국 증시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진핑의 입’과 ‘리커창의 손’을 봐야 한다. 중국 증시 유망주는 다른 말로 시진핑주와 리커창주다. 왜 시진핑의 입과 리커창의 손일까? 입이 무거운 시진핑 국가주석은 한번 내뱉으면 대형호재를 만들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말을 아끼지만 한 번 했다 하면 체구만큼이나 스케일이 큰 구상을 말한다. 시 주석은 2013년 9월 카자흐스탄에 가서 ‘신 실크로드 구상’을 얘기했다.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얘기했다. 그리고 2014년 11월 APEC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얘기했다. 그러자 바로 일대일로주가 폭주를 시작했다. 시진핑의 입에 답이 있었다.

중국투자는 리커창이 강조하는 손에 답이 있다. 베이징대 출신 리커창 총리는 알아주는 천재다. 거의 모든 연설에 원고 들고 읽는 법이 없다. 말도 빠르다. 원자바오 총리보다 1.5배나 빠르게 말한다. 재미난 것은 리커창 총리는 연설하고 말할 때 손을 쓴다는 것이다. 그 제스처가 얼마나 강한가가 총리의 의지다.

시진핑주?리커창주가 유망
2014년 리커창은 6대 소비를 강조했다. 6대 소비의 첫 번째가 정보소비다. 2014년 리커창은 ‘인터넷금융’을 강조했고 선전(深?)을 방문해 텐센트 은행의 첫 번째 가입자가 되었다. 올해 양회 때 리커창은 ‘인터넷+α’를 강조했다. 그러자 바로 인터넷주가 폭등을 시작했다. 상하이증시에 투자하는 한국의 후강퉁 투자가들은 선강퉁(深港通) 대상인 IT기업, 핀테크기업의 폭등에 배가 좀 아프다. 기다리던 선강퉁은 하반기로 물 건너갔고. 그 사이 선전 IT주는 끝없이 오르고 있다. 하반기에 선강퉁이 개설되면 우리는 선강퉁 ‘시체 처리반’? 이건 한국투자가들이 할 일이 아니다.

상하이거래소는 이번에 인터넷+α 전용인 신흥시장을 만든다. 총리가 얘기한 인터넷+α를 바로 구현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역시 상하이인들이다. 그럼 상하이의 IT주, 소프트웨어주가 꿩 대신 닭이다. 그러나 그 닭들도 주가 상승이나 기업 규모가 만만치 않다. 시가총액이 1조원 이하 기업이 없다. 증시 격언에 ‘달리는 말을 쏘라’는 말이 있다. 지금 중국의 달리는 말, ‘일대일로’와 ‘인터넷+α’업종은 다른 말로 하자면 시진핑, 리커창 주식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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