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P 딜레마 속 열린 침울한 개성공단 기업협회 정기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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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일방적 개성공단 노동 규정 개정 요구로 개성공단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25일 개성공단 기업협회가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총회를 열었다. 정기섭 회장은 인사말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원만히 재개돼 문제가 잘 해결되길 기대하지만 그럴 가능성 현실적으로 적어 보여 걱정"이라며 "북측은 우리 상식과 달리 정경(政經) 일치 사회이며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임금 지급일이 4월10일로 약 16일 앞으로 다가온 것과 관련, "북측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 밝혔다.

정 회장은 또 대북전단 살포 관련 북측이 연이어 무력 대응을 위협한 것과 관련, "2008년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개성공단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거라고 했고, 설마 했는데 실제로 (북측이) 조치를 취해 우리가 어렵게 됐다"고 회고했다. 정 회장이 지난 19일 개성공단 북측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을 만나기 위해 방북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대북전단 살포만 억제된다면 개성공단 임금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이날 총회엔 통일부 황부기 차관이 참석해 축사에서 "(이번 국면의 문제는) 남북의 합의 하에 5%P 이하로 되어 있는 임금인상폭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하겠다는 데 있다"며 "이런 일방적 변경은 남북합의 위반일뿐 아니라 개성공단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지난달 26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최저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5.18% 인상한다고 우리 측에 일방 통보했다. 현재 남북 양측의 합의문엔 임금 인상률은 5% 이하로 적시되어 있으며 수정을 위해선 양측 당국의 협의가 필수다. 이에 대해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노동 규정 개정을 위해서는) 당국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익명을 전제로 "0.18%라는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원칙을 어기려는 것이 문제 핵심"이라며 "이번에 (북측)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5.18%P가 아닌 51.8%P를 요구하게 될 지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총회엔 황 차관 외에 이강우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 김남식 개성공단지원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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