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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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경계선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립 중인 동중국해의 가스전 시굴권을 민간업체에 허가해줄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일본 기업들이 시굴권을 신청한 지 40년 만이다.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은 이날 주무 부서에 "중단 상태인 시굴권 허가 절차를 재개하라"고 지시했다.

중.일은 동중국해의 춘샤오(春曉) 가스전과 돤차오(斷橋) 가스전 개발을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다. 중국이 개발 중인 춘샤오 가스전 주변 해역은 일본의 제국석유와 신일본석유 등 에너지 업체들이 1966년 시굴권을 신청해둔 상태다. 일본 정부는 양국 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아 마찰의 여지가 있다며 허가를 유보해 왔다.

일본은 지난 1일 문제의 가스전 두 곳의 지하 광맥이 양국 중간선을 넘어 일본의 EEZ 해역에 연결돼 있다며 중국이 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일본도 시굴권을 설정할 것이라고 통보한 바 있다. 중국은 가스전 전체가 중국 측 EEZ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국무위원은 12일 일본 교도(共同)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시굴권 허가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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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등으로 불붙은 중.일 대립이 더욱 격화될 조짐이다. 중국이 동중국해 가스전을 단독 개발하고 있는 데 맞서 일본이 "우리도 시굴권이 있다"며 정면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양국이 대립하는 원인은 EEZ의 기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양국 해안선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육지와 연결된 바닷속 대륙붕이 끝나는 지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되면 춘샤오(春曉)가스전은 전부 중국 관할에 들어간다. 양측 모두 국제법적으로 근거가 있다.

중국은 2003년 8월 춘샤오 가스전 개발에 착수했다. 일본은 "단독 개발을 중단하라"고 항의를 거듭했다. 이제 일본은 시굴권 허가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17일로 예정된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반일 공세 등에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 기업들이 시굴권을 따도 곧바로 개발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해군의 출동 등 극한 대립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중국 측의 반응을 보아가며 후속조치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시굴권 승인과 중국의 반일 시위는 별개"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하지만 현재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중.일 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것은 확실하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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