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사옥에서 주민 장터 … 김천과 정들기 시작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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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매월 마지막 금요일엔 사옥 1층 로비에서 주민 장터가 열립니다. 요즘은 딸기·참외가 나오지요. 직원들이 신선한 과일을 사들고 서울로 귀가하자 가족들이 환영 일색입니다.”

 김학송(63·사진)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김천과 여러모로 정을 붙이는 중”이라며 “직원들도 조금씩 이곳을 좋아하는 게 보인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김천 신사옥 사장실에서 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경기도 성남에서 김천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겼다. 내려온 직원만 902명. 이 중 115명(13%)이 김천으로 주소를 이전했다. 아직 저조하다. 가족과 함께 이사한 직원은 54명. 그러다 보니 주말이면 상당수 직원이 서울로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 신도시가 조성 중이라 불편한 게 많을 것 같다. 직원들 숙소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사옥 앞 영무아파트에 회사가 방이 셋인 84㎡짜리 전세 90채를 얻었다. 한 집에 3명씩 직원 270명이 들어가 있다. 같이 지내고 싶은 직원들끼리 한 집을 이룬다. 구미 LG인재개발원 건물도 한 개 동을 매입해 180명이 거주한다. 우리 기숙사엔 200명이 들어가고. 또 원룸을 얻은 직원도 있고 대구·대전에서 출퇴근도 한다.”

 - 김천시는 더 많은 직원이 주소라도 옮기길 기대한다. 사장은 주소를 이전했나.

 “안 옮겼다. 내가 주소를 이전하면 김천 국회의원이 긴장할 텐데…. 아파트 등 정주 여건이 조성되면 많은 직원이 가족까지 데려 올 것이다.”

 김 사장은 경남 진해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김천시와 함께 요즘 더 나은 직원 주거 여건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텃밭이 딸린 전원주택단지인 ‘도공촌’의 대상지를 물색 중이라고 했다.

 - 먹거리는.

 “직원 상당수가 하루 세 끼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그래서 식당 밥을 집밥처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야 정을 붙이지 않겠나. 쌀은 김천산 햅쌀, 김치와 식자재는 모두 경북산 신선 재료로 못을 박았다. 최근 조사에서 99%가 ‘만족한다’는 답을 했다.”

 - 가족과 떨어져 있는 직원은 퇴근 뒤 어떻게 보내나.

 “김천 시대는 ‘자기 삶이 있는 시대’로 선언했다. 야근을 못하게 한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 최고경영자와 석·박사 과정, 외국어 강좌 등을 개설하고 색소폰·서예·요가 등 취미반도 만들었다. 여기서 차츰 재미를 붙이고 있다.”

 - 퇴근 뒤 술 한잔 생각이 나면.

 “이전한 뒤 처음엔 김천시내에 나가 술 한 잔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거리가 멀어 택시나 대리운전은 부담이 되더라. 그래서 오후 10시까지 시내와 사옥을 오가는 순환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 김천에 와서 좋아진 건 없나.

 “공기가 맑아져 비염이 없어졌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출퇴근하면서 길에서 버리던 시간도 사라졌다. 이걸 감안해 금요일 서울로 돌아가는 직원에겐 퇴근 시간을 오후 4시로 당기고 있다. 대신 월화수목 4일은 하루 30분씩 근무를 더 한다. 유연근무제다. 만족도가 높다. 거기다 저렴한 신선 특산물을 사들고 가니 가족들도 좋아한다. 김천도 좋고 직원도 좋아하니 이게 상생 아니겠나.”

송의호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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