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야구장에 맥주 캔 못 들고 가, 대형 피자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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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들로 가득찬 잠실야구장 모습. 올해 잠실?목동야구장에는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한 대형 무정전 전원공급장치가 설치됐다.

“그대 이름은 승리!”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열흘 앞둔 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는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평일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3000명(잠실야구장 관리본부 추산)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잠실야구장 관리본부의 정택기 차장은 “무료 입장인 데다 개막일(28일)이 다가오니 관중이 점차 늘어난다”며 “날씨가 맑았던 어제(17일)는 5000명 넘게 왔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시즌을 앞두고 잠실과 목동야구장은 새 단장을 했다.

 그 첫 번째는 정전을 대비한 대형 전원 공급장치 설치다. 무정전 시스템이 구축됐다. 경기 중간에 정전으로 경기가 중단되는 불상사가 없어진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한국전력 전원 공급이 끊어질 경우 이 공급 장치가 즉시 작동해서 전력을 대체 공급하게 된다”며 “주로 반도체 공장이나 종합병원에 설치되는 장치로 이 장치가 야구장에 도입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관중들은 반갑다는 반응이다. 이날 시범경기를 보러온 직장인 송모(28·여)씨는 “2년 전 잠실경기장에 KIA와 두산의 경기를 보러왔는데 정전이 돼서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며 “무정전 시스템이 도입됐다니 안심”이라고 말했다.

 정전으로 인한 경기 중단은 심심치 않게 있었다. 지난해의 경우 8월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경기에서는 조명탑이 고장나 경기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다음 날 나머지 5회 이후 경기를 이어서 해야 했다. 잠실야구장에서도 2013년 4월 두 차례, KIA-두산과 SK-두산 경기가 정전으로 중단됐다.

동서울대 학생들과 삼성SDS 벽화봉사단이 재능기부로 잠실야구장 내야석 바깥쪽 벽에 그릴 금연 절주 캠페인 벽화.

 잠실야구장엔 금연을 권고하는 벽화가 그려진다. 송파구의 ‘담배 연기 없는 청정지역 만들기’ 프로젝트에 따른 조치다. 이달 중 내야석 인근 모두 4곳에 각각 너비 50m, 높이 1.5m의 벽화를 그릴 예정이다. 이효인 송파구청 흡연관리팀장은 “각 흡연 시설은 약 20~3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로 5곳만으로는 야구장 내 흡연자 모두를 수용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벽화를 본 흡연자들이 흡연을 자제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과 학부모로 구성된 300여 명의 금연 서포터즈도 매주 주말 잠실경기장을 찾아 금연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화장실 개보수 공사도 한창이다. 잠실야구장의 경우 5억원을 들여 이달 2층 화장실 4곳의 바닥을 개보수했고, 세면대와 변기도 교체했다. 노후한 보일러 배관은 다음 달 수리할 예정이다. 목동야구장은 약 2억원을 들여 내야의 인조잔디를 이달에 새로 심었다.

양천구 목동야구장의 2008년 개장 당시 사진.

 잠실야구장이 홈그라운드인 두산과 LG도 팬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했다. 두산 베어스는 ‘김현수 데이(4월 8일)’ ‘오재원 데이(4월 30일)’ 등 선수 이름을 딴 기념일을 지정하고 당일 지정석을 이용한 관중에게 텀블러와 이어폰 캡을 제공한다. LG 트윈스는 3루 원정팀 응원석에 앉아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면 상품을 제공하는 ‘오늘의 의리팬’, 99~2000년에 유행했던 옛 음악을 듣고 가장 열심히 춤춘 팬을 뽑는 ‘청춘 나이트’ 등의 이벤트를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 방식도 일부 바뀌었다. 이닝 중 투수 교체 시간이 2분45초에서 2분30초로 줄어 들고, 타자가 등장할 때 나오는 음악은 10초 이내로 제한된다. 경기 진행을 원활하게 하려는 조치다.

야구장 음료수 반입 관련 규정도 달라진다. KBO는 이번 시즌부터 ‘B safe’ 캠페인을 시행해 장내에 캔, 병, 1L 초과 페트병 음료 반입을 금지한다. 가방과 쇼핑백도 1인당 1개씩만 소지할 수 있다. 소주와 국물 음식의 반입도 금지되며, 18인치가 넘는 대형 피자는 조각 단위로 봉투에 담아야 입장 가능하다.

 이번 시즌 KT위즈의 합류로 9구단 체제에서 10구단으로 바뀌었다. 시즌 전체 경기 수가 576경기에서 720경기로 늘어난다. KBO 관계자는 “한 팀당 144경기를 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중(1만1302명)이 유지된다면, 올해 총 관중 수는 약 810만명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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