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지난해 아니라 예년 수준으로 쉽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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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3이 치르는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난이도와 관련해 교육부가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수능개선위원회의 난이도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수능 일부 영역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험생들이 불안해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올 수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으로 쉬운 가운데 수학B형처럼 만점자가 4.3%나 나오는 일은 없도록 변별력 있는 문항이 일부 포함되는 수준에서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일 “올해 수능도 지난해와 같은 출제 기조를 이어간다.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학생이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수학은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수학'이란 취지가 실현되도록 어렵지 않게 출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정부는 '만점자 1%'를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보다 더 쉬운 수능을 추구한다. 2014학년도 수능에서 0.58%(수학B형), 0.39%(영어B형)에 불과했던 만점자 비율은 지난해 수능에선 4.3%(수학B형), 3.37%(영어)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교육부의 발표를 지난해 수능 만점자 비율대로 출제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입시전문가들은 영어는 지난해 수준으로 출제되고 수학B형은 평균을 쉬운 수준으로 설정하되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변별할 문항이 포함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안연근 서울진학지도협의회 회장(잠실여고 교사)은 “올해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난이도 있는 문제 2개 정도를 내되 평균 점수는 올리는 방향이 될 것”이라며 “쉬운 수능 기조는 유지하지만 지난해 수학B형처럼 만점을 맞아야 1등급이 나오는 건 막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윤근 양정고 수학교사는 “쉽게 내겠다지만 수학 난이도가 지난해보단 어려워질 것이다. 상대평가인 수능에선 석차가 중요하니 수험생들은 난이도에 연연하지 말고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3인 이지현(18)양은 “수능이 어려워진다고 해 불안했는데 지난해 기조를 이어간다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 출제 목표를 보면 난이도 전망에 도움이 된다. 수능 당일 양호환 당시 수능 출제위원장(서울대 교수)은 “영어는 9월 모의평가, 수학은 6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9월 모평 영어 만점자 비율은 3.7%, 6월 모평 수학B형 만점자는 1.88%였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정부가 영어·수학 만점자 비율을 2~3%대로 맞추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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