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전도사 별명 … 오바마가 휴가 때 부르는 골프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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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세계은행 본부에서 만난 사공일 본사 고문(오른쪽)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 세계 경제와 교육 문제, 구조조정과 혁신, 유행병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워싱턴=채병건 기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8월 워싱턴 세계은행에서 열린 국제회의 도중 청중을 향해 “여러분이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미국에 온 지 10년 만에 고등학교 미식축구 쿼터백으로 나서 덩치 큰 수비수를 제압했던 분”이라고 김용(56) 세계은행 총재를 소개했다. 케리 장관은 “내가 김 총재를 존경하는 이유는 인생의 어느 시기에 어떤 리더십을 맡건 도전하는 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7월부터 세계은행을 이끄는 김 총재는 서울 출생으로 5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뒤 브라운대와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했다. 의사 출신으로 국제보건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었다. 1987년 ‘파트너스 인 헬스’라는 자원봉사 의료단체를 만들어 아이티·페루 등에서 폐결핵 퇴치에 나섰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의 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 부서 책임자를 맡아 2005년까지 개도국 환자 300만 명을 치료한다는 야심 찬 ‘3X5계획’을 강력히 추진했다. 2009년 김 총재는 아시아계로는 처음으로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대 총장에 임명되며 교육계로 영역을 넓혔다. 케리 장관이 언급한 ‘도전’은 김 총재의 이 같은 이력을 뜻한다.

 그는 세계은행 총재로 임명된 뒤 개혁 전도사로 나섰다. 정치·금융계 출신이 아닌 첫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선 예산 삭감과 임원 사표로 구조조정에 착수했고 바깥으론 세계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저소득 복지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 총재의 추진력은 그가 보건 분야에서 이룬 국제적 명성과 존경이 바탕이 됐다. 김 총재는 2006년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포함됐다. 2012년 3월 그를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발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해 6월 김 총재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빚을 졌다”고 미안함을 밝힌 일화는 유명하다. 김 총재의 아들이 아버지를 자주 못 볼 것 같다는 서운함을 표현했다는 얘기를 듣고 오바마 대통령이 전화를 걸었다는 게 세계은행 측의 설명이다. 김 총재는 취임 후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동반자로 언론에 노출되며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가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여름휴가 때 김 총재와 함께 골프를 쳤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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