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핫한 남자 '수퍼 마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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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뉴시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9일 오후 늦게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했다. 10일에는 사공일 고문과 대담을 했고, 11일 오전엔 ECB가 여는 회의에 참석한 뒤 프랑스 파리로 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다. 살인적 스케줄이다.

사공 고문과 드라기 총재는 그간 국제무대에서 자주 교류했다. 특히 2010년 부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 땐 한밤 중 해운대에서 만나 금융안정위(FSB)의 권한과 업무 확대를 강화하자는데 의기투합했다. 당시 드라기 총재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이면서 FSB 의장이었고 사공 고문은 G20 서울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이었다.

드라기 총재는 사공 고문을 만나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만나니 정말 반갑다”고 인사했다. 사공 고문은 “나는 매일매일 지면에서 드라기 총재를 만난다. 어디에나 드라기 얘기다”라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특히 드라기 총재가 1월 초 독일의 반대에도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든 이후다. 전 세계 언론이 그의 입을 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드라기의 기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드라기 총재가 다시 ‘수퍼마리오’에 걸맞은 행보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드라기 총재는 2012년 유럽 재정 위기 당시 유로존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이든 동원하겠다”(Whatever it takes)며 시장을 안정시켜 ‘수퍼 마리오’란 별칭을 얻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가들이 낙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인인 드라기 총재는 1970년대 중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박사 과정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있었다. MIT 동창인 유럽과 미국의 중앙은행장이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쳐나갔거나 헤쳐 나가고 있는 격이다. 사공 고문이 “버냉키가 있어서 미국과 세계가 행운이었다면 드라기가 있어서 유럽과 세계가 행운”이란 덕담을 건네자 드라기 총재는 “덕분에 하루를 즐겁게 시작한다”며 웃었다.

프랑크푸르트=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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