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침투 시도 간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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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국의 간첩 신고·자수 캠페인이 한창인 이때 다시 2개 조직의 간첩 7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일본을 거점으로 남북한을 왕래하면 재일 교포들이 핵심이 되어 우리 군부·교육·산업분야에 침투를 기도했던 무리들이다.
군부 침투를 기도했던 일당 6명은 73년부터 활동을 개시했고, 또 하나의 간첩망은 61년부터 공작해왔다.
이처럼 그들의 공작 목표는 엄청난 것이었고 활동기간도 길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피해는 거의 없었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의 명백하고도 중요한 자신감을 갖게 한다.
그것은 이들의 부단한 파괴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부·교육계·산업계가 동요하거나 와해됨이 없이 발전을 계속해 왔다는 점이다. 그만큼 우리 체제는 성장한 것이다.
주범들은 조총련에 가입해 친공 활동을 벌이다 민단으로 위장전향하여 간부직을 맡고는 그것을 기화로 남한 각지를 자유로 드나들면서 간첩행위를 벌여왔다.
포섭된 자들은 일본으로 데려가 밀봉교육을 시키고 공작임무를 주어 다시 침투시켰다.
이처럼 이번 사건은 해외여행의 자유화와 조총련에 대한 관용이라는 우리 정부의 개방정책에 편승한 침투 공작이었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번 일로 해서 우리의 개방정책이 위축되거나 동요되어서는 안된다. 비록 위장 전향자가 끼어 든다 할지라도 조총련계 교포에 대한 환무사업은 계속돼야하고 모국방문의 문호도 계속 열어놓아야 한다. 독을 깨지 않고도 쥐를 잡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치상태가 지속되는 한 양동작전은 항상 있는 법이다. 타타담담이라는 말도 있다. 일면전쟁, 일면대화라는 모택동의 양면 전략을 말한다. 모두가 위장전략을 지칭한 말들이다.
지금 남북한 쌍방이 대화를 제의해 놓고 있다. 미국은 4자회담안을 내놓았고, 일본·중공도 대화재개를 돕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대남공작을 한층 강화해 왔다. 대화가 성립되든 안되든 북한의 도발은 가중될 것이 틀림없다.
특히 올해는 미국의 온 신경이 대통령선거라는 내부문제에 쏠려있고 우리도 총선거를 가까이 앞두고 있다. 북한은 지금 권력분배와 경제부진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
조금이라도 틈이 있으면 이에 끼어 들려하고 평화를 내걸고는 도발을 확대해온 것이 그들의 정형화한 책략이다.
따라서 표면상 남북간의 긴장이 완화된다해서 방심해서는 안되고 도발이 있다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그동안 우리가 체험적으로 터득한 엄숙한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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