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쓴 사람만 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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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회사원 김모(31.서울 목동)씨는 지난 3월 B카드사가 월 3백만원이던 사용한도를 갑자기 1백만원으로 줄이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담보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장만한 뒤 지출이 커져 현금 서비스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해왔는데 자금줄이 막힌 것이다.

박모(40)씨는 이달 초 C카드를 들고 아이들과 함께 서울 근교 놀이시설을 찾았다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료 면제혜택에다 자유이용권을 살 때 주어지던 30% 할인혜택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다 해줄 것 같던 카드사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갑자기 변심한 애인처럼 고객을 쌀쌀맞게 대하고 있다.

우선 카드이용 한도가 줄었다. D카드의 경우 현금 서비스와 일시불.할부 구매를 합친 전체 이용한도가 지난해 6월 평균 4백40여만원에서 올 1월 3백80여만원으로 축소됐다. E카드는 올초 20여만명의 회원을 상대로 이용한도를 한꺼번에 50%에서 1백%까지 줄였다.

"금융감독원이 총매출액 중 현금 서비스 비중을 50% 이하로 줄이도록 한데다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급등하는 바람에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취한 불가피한 조치다."(카드사 관계자)

그러나 고객들로선 현금 서비스 수수료가 4%포인트 정도 오르고 여러 가지 서비스가 없어지거나 축소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경영위기로 카드사들은 정부와 금융권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았는데 정작 카드를 열심히 써온 회원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서울YMCA 시민중계실 서영경 팀장)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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