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흑인' 뼈 지니면 돈 번다며 잔인하게 팔다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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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탄자니아 정부가 살아 있는 알비노(백색증 환자)의 신체를 이용해 전통 주술 의식을 치른 주술사와 전통 치료사 225명을 체포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체포된 주술사와 전통 치료사들은 알비노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알비노는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지 못해 생기는 선천성 희귀 유전질환으로, 태어나자마자 피부나 머리카락이 흰색으로 보인다. 통계적으로 2만명 당 1명 꼴로 발생하지만 탄자니아에서는 1400명 중 1명 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일부 학자들은 탄자니아에 유독 알비노가 많은 것은 근친 결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탄자니아에서는 알비노가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알비노 신체 부위나 시체를 이용해 주술 의식을 하면 재물과 행운이 들어온다는 미신이 퍼져있기 때문이다. 알비노의 뼈를 항상 지니고 다니면 돈을 벌고 채굴할 땅에 알비노의 신체 부위를 묻으면 금광이 나오고 그물을 짤 때 알비노의 머리카락을 쓰면 만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비노의 팔·다리 같은 신체 부위는 3000~4000달러(330만~450만원)에, 시신은 한 구당 7만5000달러(8400만원)에 팔리고 있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일부 정치인들이 알비노 주술을 집중적으로 행한다. 키크웨테 탄자니아 대통령은 “급격히 알비노 살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이 같은 주술을 실행하는 이들을 “악마”라고 표현했다.

유엔 인권 최고대표사무소도 지난해 탄자니아의 알비노에 대한 학대를 멈춰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탄자니아 정부도 아동 알비노를 보호하기 위한 보육원을 세웠지만 이미 포화상태일뿐더러 위생상의 문제로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고 BBC는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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