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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소지=수능 부정? 악의 없었다면 포용해주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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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11월 28일자 14면에 '수능 휴대전화 무조건 처벌 논란'이란 기사가 실렸다. 교육부가 수능 시험장에 휴대전화.MP3 등을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된 수험생 35명에 대해 이번 시험을 무효로 하고 다음해 시험 응시 기회도 박탈한다는 원칙을 밝힌 것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단순히 휴대전화를 소지한 게 올해와 내년의 시험까지 치르지 못하게 할 만큼 중대한 범죄 행위인지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수능 때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행위라는 것은 휴대전화를 사용해 실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을 가리키는 것이지 휴대전화를 소지함으로써 발생할 것이라는 개연성만을 가지고 부정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관련법은 고등교육법이지만 형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형법 제1조에서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하고 있으며, 17조에서는 어떤 행위라도 위험 발생에 연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결과로 인해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28조에는 범죄의 음모 또는 예비행위가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때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소지해 범죄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단죄하는 것은 교육 당국이 그 권한과 권위를 과도하게 행사한 것이다.

휴대전화는 이제 모든 사람이 갖고 다니는 생활 필수품이다. 시험 전에 휴대전화 소지 금지를 공지했다 해도 수십만 명의 수험생 중 35명 정도가 무심코 주머니에 넣고 왔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또 35명 외에 적발되지 않은 휴대전화 소지자들이 더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들이 시험 도중에 휴대전화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보면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를 의사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시험장에 휴대전화를 갖고 왔다는 것만으로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시기의 그들에게 다음해 시험까지 치르지 말라는 것은 국회의원들과 교육 관료들의 폭력이다.

일벌백계는 이럴 때 쓰는 게 아니다. 이들 35명에게 악의가 없었다면 따뜻하게 포용해 주는 게 진정한 권위다. 교육 당국이 이들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지 않길 바란다.

이영일 흥사단 조직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