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스타, 아들 마약 체포에 언론에 화풀이 "진실 얘기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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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영화 배우 청룽(成龍)이 11일 “기자들 앞에서는 진실을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는 정치협상회의(정협) 문예분과위원회 회의에서다.

이날 회의에는 쑹쭈잉(宋祖英)과 장궈리(張國立) 등 중국의 톱 스타 정협 위원 10여 명도 참석했다. 청룽은 회의 시작에 앞서 수백 명의 기자들이 그를 주시하자 “기자들 앞에선 정말 말을 못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날 중국 국내외 취재진은 지난해 마약 혐의로 체포돼 형을 받고 지난달 출소한 그의 아들 방쭈밍(房祖名·33)에 대해 집중 질문을 했다.

청룽은 “기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진실을 얘기하나. 800여 카메라와 기자들 앞에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다. 잘못하면 나는 물론 우리 가족들도 고통이 심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아들의 마약 혐의와 관련 자신의 불찰이고 용서를 바란다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했으나 중화권 언론이 그의 아들의 마약 혐의만 집중 보도하자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그는 또 “기자들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이 있어야 진실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진실을 얘기하면) 그들(기자)의 수많은 거짓말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며 사실을 왜곡 과장한 일부 언론을 비판했다. 그는 “가난한 아이가 최선을 다해 오늘에 이르러 이 자리에 있게 됐다”며 자신의 과거를 소개하고 “국가와 인민, 그리고 홍콩을 위해 일을 하고 싶지만 진실을 말할 수 없다”며 언론에 대한 불만을 이어갔다.

이날 청룽은 실제로 자신의 아들 문제와 중국 연예계 문제점 등과 관련된 원고를 준비했으나 언론 앞에서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부 기자들이 “진실을 얘기할 수 없다면 거짓이라도 말하라”고 말하자 그는 “거짓을 얘기하면 기자들의 왜곡 기사를 돕는 격이라 그것도 안 된다”고 답했다. 기자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그는 “기자들도 수고한다”며 취재진에 인사를 건넸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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