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뛰어 10년 새 일자리 60%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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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저임금 설명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요지는 “대폭 인상해야 한다”이다. 소득 격차 해소라는 박근혜 정부의 철학까지 언급했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은 7%대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기업과 근로자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해 5월 최저임금심의위원들은 ‘현장방문 결과 보고서’를 냈다. 전국의 10개 업체와 고용부 근로감독관들을 인터뷰해서 작성한 실태보고서다. 근로자들은 대체로 시간당 6000원으로 최저임금을 올렸으면 좋겠다는 반응이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상하는 것에는 난감해 했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경영 사정을 고려할 때 일자리가 없어질까 봐서다.

 실제로 근로자가 40명이 채 안 되는 대기업의 임가공업체는 “10년 전과 비교해 근로자 수가 60% 넘게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납품 단가를 인상해 줄 수 있느냐”고 위원들에게 따졌다. 도급경비·청소·시설관리 업체에선 회사와 근로자가 한목소리로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 인원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실적으로 최저임금을 지키기 어렵다”고 대놓고 얘기하는 곳도 있었다. 충북 옥천군의 택시업체 노사는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사납금을 올려야 하는데, 촌 동네에 손님이 있을 리 없어 (지키기) 불가능하다”고 했다.

 구인난에 외국인 인건비만 오른다는 불만도 나왔다. 근로자가 100명이 채 안 되는 한 섬유회사 관계자는 “임가공의 특성상 매출액의 60% 이상이 임금으로 지불된다. 구인이 힘든 직종이라 내국인 대신 외국인을 많이 쓰는데, 최저임금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면 경영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근로감독관은 “업무 가중으로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지도감독이 어렵다”고 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데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조금 오르든 많이 오르든 제대로 적용될 수 있게 제도 정비가 더 시급하다는 얘기다.  

김기찬 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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