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 '오른발 프리킥'의 비밀을 벗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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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 이천수(24ㆍ울산)의 오른발 프리킥이 물이 올랐다.

타원형의 궤적을 그으며 골네트에 강하게 꽂히는 그의 슛은 마치 잉글랜드대표팀의 데이비드 베컴( 레알 마드리드)을 연상시킨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프리킥이 한층 위력을 뿜어내는 이유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베컴의 프리킥을 직접 보고 자극을 받아 연습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누만시아에서 활약할 당시 그는 레알 마드리드와 두 차례 맞대결을 펼쳤는데 공교롭게 두 경기 모두 베컴에게 오른발 프리킥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하고 말았다. 이후 한차원 다른 프리킥을 익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K리그에 복귀한 후 그 결실을 얻고 있다.

지난 8월 K리그에 복귀한 이천수는 자신이 터트린 7골 중 4골을 프리킥으로 기록했다.지난 27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삼성하우젠 K리그 2005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도 그의 오른발 프리킥골은 울산을 대승으로 이끌었다. 이제 그는 “프리킥만큼은 어느 위치에서도 골을 터트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오른발 잡이인 그는 아크 정면과 오른쪽, 페널티지역 오른쪽 등에서 얻는 프리킥은 여지없이 상대 골구석에 적중시킨다. 그의 프리킥을 보고 있노라면 20m 떨어진 라면 박스 안에도 공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느껴진다.

한국축구는 그동안 하석주 고종수 이을용 등 왼발 전문 프리키커들을 배출해왔지만 위력적인 오른발 전문 키커는 그다지 볼 수 없었다. 위력적인 프리킥을 비장의 무기 삼아 2006 독일월드컵대표팀에 승선하겠다는 이천수에게서 만점 프리킥의 비법을 직접 들었다.

①축구공의 찰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라

그가 프리킥에 흥미를 느낀 것은 축구를 막 시작하던 부평초등학교 시절. 자신이 살던 아파트 담벼락에 친구를 세워두고 프리킥을 연습하며 감각을 익혔다. 이 때 얻은 습관 중 하나가 축구공에 붙어있는 상표를 자신이 찰 지점에 맞춰두는 것이다. 그는 두 손으로 프리킥할 지점에 볼을 놓을 때면 항상 상표를 자신의 찰 위치인 오른쪽 하단에 정확히 놓는다.

②GK의 심리를 읽어라

프리킥의 성공여부는 상대 GK와 수비벽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볼을 놓고 일어설 때 GK와 수비벽의 파악을 모두 마친다. 이후에는 자신이 찰 곳 반대 방향을 주시하거나 여유있게 웃어 보이는 등 상대를 혼란시키는 심리전을 펼친다. 그는 지금도 동료들이 프리킥을 연습할 때면 GK 뒤에서 지켜보는 습관이 있다. 뒤에서 보면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읽는 GK들의 심리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8월 24일 인천과의 복귀전에서 GK 김이섭에게 두 차례 프리킥을 모두 잡히자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분석한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멋지게 복수해냈다.

③킥을 하는 순간에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

킥을 하기 위해 뒤로 물러서는 순간부터 그는 어느 누구도 보지 않는다. 오로지 볼을 주시할 뿐이다. 프리킥을 할 때 공과 마찰하는 부분을 '스위트 스포트'로 부르는 데 이때 그는 자신의 '스위트 스포트'인 오른발 엄지발가락과 검지 발가락 윗부분에 온 신경을 집중시킨다. 디딤발을 땅에 두 번 두드린 후에는 자신이 그려놓은 볼의 궤적을 생각하면서 달려 들어온다. 이때 최대한 발목에 힘을 빼 킥에 회전력을 주는 데 주력한다. 대신 볼을 임팩트하는 순간에는 온 힘을 다한다.

④볼을 떨어뜨리는 능력이 관건

프리킥을 찰 때 이천수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볼이 골대 근처에서 뚝 떨어지는 능력이다. 그는 “세계적인 프리키커들은 골문 근처에서 뚝 떨어진다. 이게 바로 차이점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을 물리학에서는 ‘매그너스 효과’라고 부른다. 매그너스 효과는 물체가 비행할 때 표면에 생기는 공기의 소용돌이 때문에 회전이 걸려 곡선운동을 하게 되는 것을 말하는 데 축구공의 경우 시속 110㎞로 찰 경우 10m 지점부터 휘기 시작한다. 수비수들은 킥지점부터 9.15m 정도 떨어져 있다보니 볼은 수비벽을 지나 강한 회전으로 골문 쪽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그는 “임팩트의 강도와 회전을 주는 능력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감각이다. 그 감각이 온 몸에 느껴질 있도록 집중하면 킥하는 순간 골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원창 JE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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