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무정부 상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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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미 오래 전에 국가관리능력을 상실한 레바논정부는 최근 내각의 사퇴로 기능이 마비상태다. 이를 계기로 정부군과 회교군 사이에 무력충돌이 일어나 전면적인 내란의 재발위기에 직면케 됐다.
면적이 경기도보다도 작은 레바논은 외세개입과 내부분열로 국토는 3분돼 있다. 동부는 소련의 지지를 받는 시리아가 점령하고 있으면서 반정부 회교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은 남부지역을 점령하고 기독교파를 지원하고 있다.
불안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지금의「제마옐」정부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중부의 베이루트지역 뿐이다. 지금의 충돌사태는 이 정부지역 안에서 일어난 일종의 내전인 것이다.
기독교도인「제마옐」대통령은 기독교와 회교의 각 종파세력으로 사분 오열된 이 나라를 수습하기 위해 기독교계 5명과 온건파 회교도 4명으로 안배된 연립내각을 구성, 각 종파간의 협상을 통한 내전종식과 민족화합을 모색해 왔으나 최근 이 협상이 결렬됐다.
분쟁의 초점이 된 이슈는 「제마옐」대통령의 선 치안·후 개혁과 회교 측의 선 개혁·후 치안이다. 여기서의 개혁이란 정치권력의 재분배를 의미한다.
「제마옐」은 먼저 내전을 종식시켜 평화와 안정을 이룩한 다음 정권개편을 포함한 권력분배의 재조정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회교 측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영향력 아래 있는 현재의 기독교 우세 정부를 개편하고 이스라엘 군이 철수한 다음 내전종식 문제가 다뤄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파의 팽팽한 대결 끝에 지난1일 협상이 결렬되고 양파 군대사이에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회교군 지도자들이 회교도 각료에 대해 사임을 요구하자「와잔」수상을 비롯한 회교계가 사퇴, 내각 기능은 지금 완전히 마비돼 있다.
「제마옐」대통령이 관장하고있는 정부군이라 해도 그 절반은 회교도출신이다. 회교반군 폭에선 이들 회교도 정부군에 대해서도 전투를 거부하라고 종용하고 있어 정부군 자체도 동요의 위기에 놓여 있다.
레바논의 만성적인 내전과 위기상태는 국내의 각 종파별 정치세력을 통합하여 영도할 강력한 단일세력이 형성돼있지 못한데서 기인한다. 그 때문에 강대국과 주변세력이 각 파벌과 접선하여 침투해서는 내정에 간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종교적 신념으로 무장된 종교세력들이란 현실적인 타협정신보다는 완전 승리를 추구하기 때문에 한번 분쟁에 휘말리면 좀처럼 헤어나기가 어렵게 마련이다.
오늘의 레바논사태가 이대로 나간다면 시리아의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군대4만명을 투입해 놓고있는 시리아는 최근 타협노선의「아라파트」를 레바논에서 추방하여 PLO군을 세력권 안에 흡수하고 다시 정부세력을 와해시키려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레바논사태가 시리아의 뜻대로 진전돼 나간다면 이스라엘 파의 재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중동사태가 전반적으로 다시 악화될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미소를 포함한 외세와 지역내의 각 국, 그리고 레바논내의 각 파간의 다각적인 협력이 이루어져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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