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중독 근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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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반월 공단의 납중독실태 조사결과는 너무도 충격적이다. 공단 내 납 취급 공장 근로자들의 검진결과 70%가 납중독으로 판명되었다는 노동부의 조사는 한마디로 우리의 산업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하고 근로자들의 유해환경에 대한 노출이 무방비상태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납을 비롯한 중금속의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는 소리는 너무 자주 들어왔지만 이번 조사는 그런 걱정들이 일과성 개탄으로 끝나버렸거나 작업환경개선의 노력이 무실함을 증명하고 있다. 이번 조사대상이 된 7개의 납 취급 공장들의 환경실태는 공기중 납 함유가 허용치의 25배에 달한 상상이상의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이 오늘의 공해현실을 반영하는 수산의 일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요학기술원은 지난해 초 동·서·남해안의 양식어업에 배어든 중금속 오염이 거의 대부분 허용치를 넘고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 봄에는 국립환경연구소가 도시주변 채소밭의 중금▲오염도가 급속도로 높아져 일반 농지의 2배내지 4배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종 단체들의 내수면계 어류조사에서도 높은 중금속 오염이 검출되고 심지어는 쌀과 의약품에서도 납과 카드뮴이 대량 검출되는 등 우리의 생활·작업환경은 급속도로 오염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집중적으로 나타나거나 검증된 이들 중금속공해는 하나같이 크나큰 사회적 충격을 던져주었지만 어느 하나 뚜렷한 개선의 징표가 보이지 않는다. 관변 측 통계만 보면 그 추세는 낙관적이다. 노동부통계에 따르면 지난78년 근로자2백26만3천4백92명을 검진한 결과 납에 중독된 근로자는 0·9%인 50명이었지만 80년에는 9명으로, 82년에는 단 2명으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기타 크롬이나 유기용제 중독근로자의 수도 거의 미미할 정도로 집계되고있다.
이 같은 통계와 현실의 괴리야말로 공해와 환경오염에 관한 우리사회의 인식도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공해와 관련한 가장 무서운 적은 이 같은 사회적 무관심에서 비롯되는 공해만성 반응일수 있다. 사회적 대응이 이토록 시급한데도 공해와 환경오염에 대한 일반적 인식은 너무도 안이하고 대책은 즉흥적이다.
이번에 문제된 납 중독만해도 그렇다. 그 피해정도가 가장 광범하고 심각한 납중독에 관해 전국규모의 실태조사조차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납 수요는 3만5천t에 이르러 지난10년간 10배를 넘어서고 있다. 자동자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가연 휘발유 소비도 가속적으로 늘고있어 작업장이나 대기 납 오염도도 급속히 증가하고있다. 카드뮴·수은을 비롯한 기타 중금속사용도 이와 비슷한 추세일 것이다. 너무 늦었지만 전국규모의 중금속 오염실태를 정밀파악하고 종합적 대책을 세울 때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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