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민주시민정신 투철한 인격체로 키울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토론해서 찾고, 그래서 우리의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토록 하는 민주시민 교육이 시급합니다.”

 지난 2일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에 취임한 황선준(57·사진) 원장은 인터뷰 내내 ‘민주 시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책임지도록 하는 시민교육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서울시 교육정보연구원장 등을 맡은 경험을 살려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의 분위기를 민주적으로 바꾸고 학생들을 시민정신이 투철한 인격체로 양성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들의 사고를 제대로 키워주지 못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그야말로 사실을 머릿속에 집어넣기만 하는 주입식 교육을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지 답을 찾지 못한다. 이 문제를 극복하게 도와줘야 한다.”

 - 어떻게 해야 하나.

 “스웨덴 방식을 우리나라에 곧바로 이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토론식과 글쓰기 수업은 효과적이라 본다. 뭐든지 외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생각을 나누며 해결 방법을 도출하게 해야 한다. 자기만의 견해를 작문이나 논문 형태로 써내며 사고를 키워야 살아 있는 공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실험과 체험을 보태 실천하게 해야 한다.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행동할지 가르치는 것이 민주 시민 교육이다. 한국에는 그런 게 부족하다.”

 - 좀 더 쉽게 설명해달라.

 “우리의 자녀는 부모나 교사에 종속돼 있는 것 같다. 독립적인 존재로 키워나가야 한다. 스스로 자립하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부모가 도와야 한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발전해야 할지, 개인과 사회는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가르쳐야 한다. ”

 - 현실은 쉽지 않다.

 “교장과 교사,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간 관계를 바꾸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부터 권위주의를 수평적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 교장과 교사의 경험과 가르침은 그래서 중요하다. 도덕·인성교육 시간에 이런 교육을 해나가면 점진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 스웨덴 여성과 결혼했는데, 자녀도 그렇게 키웠나.

 “스웨덴은 고교를 졸업하고 18세가 지나면 부모의 양육 의무는 없다. 2남1녀를 그런 입장에서 키웠다. 18세 이상이면 성년으로 스스로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은 모두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자기 일을 찾아나가고 있다. 그런 학교·가정교육이 실천돼야 한다.”

 창녕군 남지 출신인 황 원장은 마산고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와 대학원을 거쳐 1985년 스웨덴에 유학해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스톡홀름대 교수와 스웨덴 국립교육청 교육정책평가국장 등을 지냈다. 2011년 귀국해 서울시 교육정보연구원장과 경기도교육청 초빙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