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점 퍼부은 '물탱크'… 한숨 돌린 오리온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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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오리온스 길렌워터가 10일 LG와 6강 PO 2차전에서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고양 오리온스가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 기사회생했다. 외국인 센터 트로이 길렌워터(27·1m99cm)가 원맨쇼를 펼치며 팀을 구했다.

 오리온스는 10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창원 LG를 76-72로 이겼다. 1차전에서 20점 차(62-82)로 대패했던 오리온스는 적지에서 이틀 만에 분위기를 바꿔 플레이오프 승부를 1승1패, 원점으로 돌렸다.

 플레이오프에서 주 득점원인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절대적이다. 1차전에서는 LG 데이본 제퍼슨(29·1m98cm)이 골밑을 장악하며 24점·1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LG는 제퍼슨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문태종(40)·김종규(23)·김영환(31) 등 국내 선수들이 골고루 두자릿수 득점을 올렸 다. 반면 길렌워터는 1차전에서 정규리그 개인 평균 득점(19.74점)에도 못미치는 17점에 머물렀다.

 그러나 길렌워터는 2차전에선 초반부터 득점포를 폭발시켰다. 1쿼터 초반 14점을 잇따라 넣으며 상대 기세를 꺾었다. 시즌 초반 개막 8연승을 이끌었던 폭발적인 공격력이 재현됐다. ‘물(워터·water)탱크’ 란 별명답게 탱크처럼 밀고 들어가 잇따라 LG의 골망을 흔들었다. LG가 2쿼터 들어 제퍼슨, 김종규를 앞세워 승부를 뒤집는 동안 길렌워터는 잠시 침묵했다. 2쿼터에 6점, 3쿼터엔 4점에 그쳤다.

 승부처였던 4쿼터에서 길렌워터는 다시 폭발했다. 4반칙에 걸리고도 과감한 플레이를 펼쳤다. 72-70으로 근소하게 앞선 4쿼터 종료 1분27초를 남겨놓고 길렌워터는 오리온스의 마지막 4점을 홀로 책임졌다. 더구나 종료 10초 전 결정적인 수비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팽팽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길렌워터는 이날 혼자 37점 9리바운드를 올리는 맹활약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팀을 구해냈다. ‘왼손 슈터’ 허일영(30)도 13점을 넣으며 힘을 보탰다.

 LG는 제퍼슨과 김종규가 나란히 22점을 올렸지만 다른 선수들이 부진한 편이었다. 제퍼슨은 4쿼터 막판 오리온스의 협력 수비에 막혀 해결사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추일승(52) 오리온스 감독은 “길렌워터가 1차전을 지고난 뒤 무척 아쉬워했다. 길렌워터는 2차전을 단단히 별렀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3차전에서도 길렌워터에게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양 팀은 12일 고양체육관에서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른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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