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정상회담 조건: 50억 달러 차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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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용기를 타고 평양의 주택단지인 '미래과학자거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북한 관영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제공=노동신문]

50억 달러 차관.

북·중 정상회담의 조건이다. 그 동안 양국은 50억 달러 차관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그 발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2012년 8월 베이징에서 중국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을 만나 지원을 약속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약속은 북한이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게다가 새롭게 들어선 시진핑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과거 정부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50억 달러 차관은 양국의 보이지 않는 걸림돌이 됐다. 북한은 줄기차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유는 쾌쾌묵은 것이지만 제2차 국공내전(1946~1949)때 북한이 중국을 도와주지 않았냐는 것이다. 북한이 그 동안 차관을 요구해 오면서 내세웠던 이유와 똑같다. 시진핑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북한에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과거의 관례를 깨고 평양에 가지 않고 서울을 먼저 방문한데서도 알 수 있다.

시진핑 정부의 의도를 파악한 북한은 불만이 있었지만 차관 얘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 북·중 관계는 냉랭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부터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원로들이 평양을 방문해 김 제1위원장의 고모 김경희를 만나 관계개선을 타진한 이후 부터다. 양국이 꼬여 있을때는 원로들이 풀었던 관례에 따른 것이다. 그 자리에서 50억 달러 차관 등 양국의 현안들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면담의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중국 공산당 서열 5위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이 김정일 사망(12월 17일) 3주기를 맞아 주중 북한 대사관을 방문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중국 지도부들은 북·중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은 지난 1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일(1월8일)을 맞아 처음으로 축전을 보내면서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대북 소식통은 "왕이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그 정도의 언급 수준은 50억 달러 차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며 "북·중은 김 제1위원장이 김정일과 달리 비행기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경호 문제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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