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분야 내년 예산 왜 올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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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정원장이 24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답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2006년도 국정원 예산안과 불법 도청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김형수 기자

국정원의 내년도 예산안 중 국내 정보 분야 예산의 인상 폭이 전체 예산 인상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정원이 국내 파트를 축소하고 해외 파트의 역량을 높이라는 여론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김승규 국정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정보위에선 2006년도 국정원 예산안 등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내년도 국정원 예산 총액은 올해보다 4.3% 인상된 반면 국내를 담당하는 2차장 산하 예산은 12.3% 늘었다"며 "국정원의 해외 분야 강화 방침과 안 맞는다"고 따졌다.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대공 사건이 줄어드니 예산도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보위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에 앞서 두 차례 열린 예산심의 소위원회에서도 국정원 예산에 대해 강도 높게 추궁했다. 정보위 소속 한 의원은 "예산 항목의 구체적 내역은 물론 공작 내용을 밝히라는 요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국정원 측은 "기밀 사항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만복 국정원 기조실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정보위원들에게 "(예산 심사가) 어려웠다"며 "일반 행정부처 예산.결산 심의하듯이 했다"고 토로했다.

국정원 측은 국내 분야 예산 증액에 대해 "탈북자 관련 시설과 대테러 센터 설립 등을 위한 예산이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으로 구속 수감 중인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고 열린우리당 변호인단이 밝혔다. 송영길 의원은 "임 전 원장이 고령(71세)인 데다 심장병.고혈압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몹시 안 좋은 상태"라고 말했다.

◆ "북한 지령통신 최근 5년간 670건"=국정원은 현안 보고에서 "북한의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북한의 대중국 무역 규모는 11억8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억9500만 달러보다 33% 늘었다. 이는 북한 전체 무역 규모의 48%에 이른다고 국정원은 설명했다. 국정원은 또 일본 야쿠자 8개 조직이 국내 범죄조직과 결탁, 금융.부동산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러시아 마피아 20개 조직이 국내 수산물 거래 등에 개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북한이 남한 내 간첩에게 보내는 '지령통신'이 최근 5년간 670건 있었다고 보고받았다"며 "특히 대선이 있었던 2002년에는 예년보다 많은 190건이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그러나 통신 내용은 간첩을 잡아 난수표를 확인해야 파악이 되는데 간첩을 못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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