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조정-한은 수지 개선에 초점|1·21 금리 조정의 배경과 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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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금리 조정은 82년6월 28일 금리를 한꺼번에 4%포인트나 내린 후 1년6개월 동안 강행됐던 저 금리 체제의 부분적인 손질이다. 82년 실명제 구상과 동시에 단행된 금리의 파격적 인하는 기업 부담의 경감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당시 불황의 밑바닥에 있던 경기에 자극을 주고 기업을 살리며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금리를 크게 내려 기업 금융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발상에서였다. 그것이 기업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공 금리가 시장 금리에 너무 유리됨으로써 금리가 자금의 매개 변수적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 실세 금리를 나타내는 CP (신종 기업 어음)나 채권 수익률은 12∼14%에 달하고 낮은 금리 때문에 돈의 흐름이 왜곡되었다. 돈이 은행으로 들어가 생산 부문으로 정상 순환되지 못하고 채권·사채·부동산 등으로 몰리거나 단기 자금화 됐다.
공 금리가 실제 금리보다 너무 낮았던 것이다. 82년 6·28 조처 이전의 금리가 그런대로 실세를 반영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리 수준도 낮을뿐더러 금리 구조도 비정상적이었다.
예금은 단기보다 장기가 높아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장기나 단기나 같은 금리를 주어 예금을 단기화 시켰다.
이런 금리체제 때문에 은행은 물론, 단자·보험·증권 등 모든 금융 부문에 걸친 왜곡 현상을 보였다. 은행 수지도 크게 악화됐다.
이렇게 비현실적인 금리로 인한 부작용이 커져도 실질 금리론을 내세워 이를 강행했다.
물가 상승률이 떨어졌으니 명목 금리 수준이 낮아도 실질 금리는 오히려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실질 금리론을 내세워도 막상 저축 주체들이 믿어주지 않으니 문제였다. 장기 예금이 빠지고 단기 예금만 조였으며 자금의 공급보다 수요가 급증했다.
기업들은 싼 은행돈을 빌어 부동산 투자를 했다.
금리 수준이 낮아져도 은행 대출이 많아져 금융 부담은 더 늘었다.
이렇게 현 금리 체제의 모순이 심화되자 결국 이번 금리 체계 조정에 초점을 맞춘 금리 조정을 한 것이다. 실질 금리론을 수정하지 않는 한 물가가 점점 안정되는 판에 금리를 올릴 수가 없다.
궁여지책으로 저금리 체제를 그대로 두면서 금리의 모순 점을 보완하는 선으로 손질한 것이다.
엉거주춤한 금리 조정이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사실 실질 금리론에 자승자박되어 근본적인 손질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예금과 매출간의 마진을 넓혀 은행의 수지 개선에 주안점을 두었다.
장기 예금과 적금을 다소 올리는 대신 기간이 짧은 정기 예금이나 실질적으로 요구 불 예금이면서 저축성 예금과 감이 높은 금리를 받던 저축 예금 등의 금리를 인하했다.
이것은 예금의 장기화 유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기업의 금융 부담을 감안, 대출 금리는 올리지 못했다. 연 10∼10·5% 범위 안에서 자율 조정토록 했다. 예대 마진 확대의 돌파구를 단기성 예금 금리의 인하에서 찾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금리 조정은 현 저금리 체제를 근본적으로 손댄다든지, 금리 체계를 고친다든지 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당장 급한 구멍만 때우는 식의 「부분 수선」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자금 순환의 왜곡 현상이나 금융 구조의 불균형을 시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예금 코스트를 낮춤으로써 은행의 수지 개선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장기 예금 금리 인상으로 예금의 장기화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금리의 제 기능을 살려 금융을 정상 궤도에 올리거나 지금 가장 시급한 국민 저축의 증대 등에 필요한 근본적 수술은 일단 뒤로 미뤘다고 볼 수 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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