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유' 정몽혁씨 사촌형이 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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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몽혁(44.사진) 전 현대정유(현 오일뱅크) 사장이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 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정 사장은 올 6월부터 경남 창원의 아주금속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아주금속은 지난해 16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다. 그는 창원과 서울지사가 있는 역삼동 데이콤빌딩 사무실을 오가며 일한다. 정 사장은 한때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정유를 경영하는 현대가의 2세 경영인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이 두 회사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대유화와 현대정유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정 사장 몫으로 떼어준 회사였다. 정 사장은 경영에서 손을 뗀 후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에 거주하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해 왔다. 그러다가 동갑내기 정씨 일가 사촌들의 도움을 받아 건설자재 납품회사(H애비뉴&컴퍼니)를 차려 재기를 모색하기도 했다. 정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KCC 정몽익 부사장, 성우오토모티브 정몽용 회장은 정 사장과 사촌이며 나이도 동년배다. 실의에 빠진 정 사장을 이끈 사람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정 사장의 한 측근은 "올 5월 타계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빈소에서 정 회장이 정 사장을 보고 '부품 계열사를 맡아 해보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작고한 정 명예회장은 자신의 넷째 동생으로 언론계에서 일하던 정 사장의 선친 정신영씨가 독일유학 중 급서하자 유복자로 자라게 된 정 사장을 유달리 돌봤다고 한다.

정 명예회장은 동생의 이름을 딴 언론인후원기금(신영기금)을 만들었고 30세 초반의 정 사장을 극동정유(현 오일뱅크의 모태)의 대표로 기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대차그룹 주변에서 정몽구 회장이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조카를 챙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한편 기아차 계열의 부품업체인 위아는 23일 정 회장의 맏사위가 경영하는 의료벤처 코렌텍의 전환사채 65억원어치를 인수했다. 부품업체인 동해전장도 이날 15억원(30만 주)을 이 회사에 출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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