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체험·테마 관광 인기 급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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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제주관광의 주류(主流)가 바뀌고 있다. 산.폭포 등 자연절경 대신 테마공원과 체험적 자연경관지가 관광명소로 뜨고 있다.

관광객들이 단순히 자연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문화.자연을 체득하는 생태문화관광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의 대응도 기민하다.

절경지에서 테마공원으로=3단 폭포로 유명한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천제연폭포.

10여년 전인 1992년 이곳의 연간 입장객은 1백56만7천명이었다. 당시 연간 제주 관광객이 3백50여만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명 중 한 명꼴로 다녀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곳의 입장객은 54만7천명에 불과했다. 10년 만에 3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천혜 절경인 남제주군 성산일출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92년 1백34만3천명이었던 입장객이 지난해엔 기껏 88만7천명이었다.

반면 새로 생긴 테마공원들은 한마디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 봄에 제주의 첫 미니어처 테마공원으로 문을 연 북제주군 조천읍 소인국미니월드는 그해 18만7천명에 이어 지난해엔 31만3천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4월 개장한 남제주군 소인국테마파크도 9개월 만에 41만5천명이 다녀가는 기록을 세웠다. 같은 시점에 미천굴과 식물원을 테마로 문을 연 남제주군 일출랜드 역시 12만여명이 찾아 앞으로 관광명소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제주의 터줏대감격 테마공원인 북제주군 한림공원의 경우는 71년 개장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1백20만~1백40만명의 관광객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생태 문화관광 선호=80~90년대엔 신혼.단체 여행으로 제주를 찾았으나 최근엔 지인이나 가족끼리 찾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관광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여행사의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제주의 자연을 주마간산식으로 지나쳤던 관광객들은 이제 스스로 여행의 '테마'를 정한다.

이달 초 가족들과 3박4일 간의 제주여행을 즐긴 秋모(38.회사원.여.서울 마포구 성산동)씨는 "이미 대학시절에 다녀간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렌터카를 몰고 다니며 해안 생태를 살펴보는 등 제주의 독특한 자연체험에 모든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생태관광 1번지로 불리는 서귀포시 중문단지 부근 예래마을은 각종 자료를 챙기려는 관광객들로 연일 붐빈다.

제주의 산간.어촌마을의 옛 모습을 재현한 남제주군 표선면의 제주민속촌은 87년 문을 연 뒤 한동안 불황의 늪에 빠졌지만 4~5년 전부터는 제주 학습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연간 40여만명이 찾고 있다.

제주생태문화관광연구포럼 대표인 송재호 제주대 교수는 "2~3번 이상 제주를 찾은 여행객들이 이제 판에 박힌 일정을 벗어나 '제주 재발견'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위협하는 온라인=제주도에 등록된 여행사는 5월 현재 3백79개. 이 가운데 50여곳은 '온라인'영업만을 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해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5백곳을 넘어섰다.

제주관광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을 통한 예약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이를 정도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여행업이 약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기존 오프라인 여행사도 인터넷 여행정보 제공에 매달리고 있다.

20~30대가 주류인 네티즌 관광객들은 사이버공간에서 모든 자료를 분석, 여행 계획을 짜고 있어 바가지 요금 등 관광 부조리가 사라지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온라인 관광정보 제공업체인 ㈜커뮤시티 오창현 대표는 "최근 관광객들이 제주의 웬만한 정보는 거의 꿰고 있는 상황이라 서투른 정보를 제공하거나 바가지를 씌우려 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며 "학계.언론의 자료를 수시로 체크, 관광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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