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파문에 다들 풀죽었는데…씩씩한 '바이오주'도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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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황우석 교수의 연구와 관련된 난자 보상금 파문으로 바이오주의 급등세에 제동이 걸렸다. 22일 대표적 바이오주인 코미팜.에스씨에프.바이넥스.마크로젠 등이 사흘 연속 하락했다. 선진도 7일 연속 상승을 마감하는 등 바이오 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파문이 오히려 관련 투자에서 약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황상연 미래에셋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황 교수의 연구 성과 발표에 따라 기업 내용에 관계없이 주가가 오르내렸다"며 "이번 파문은 주가 거품을 걷어내고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시장의 변화 조짐=바이오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지만 동반 폭락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22일 메디포스트.이노셀 등은 하락 하루 만에 반등했고, 이지바이오는 이틀째 상승했다. 줄기세포→항암제→바이오칩→바이오 기업 지분 보유주 등으로 이어지던 테마별 동반 상승 움직임도 뜸한 상태다.

김태형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상장사 중 황 교수가 연구하는 배아줄기세포와 직접 연관된 업체는 한 곳도 없다"며 "투자자들이 황우석 신드롬에서 벗어나 개별 업체의 특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상장사 중 줄기세포 관련 업체는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하고 있다. 성체 줄기세포는 척수나 탯줄에서 뽑아 쓸 수 있기 때문에 난자를 이용해야 하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윤리적 문제에 휩쓸릴 가능성이 작고 상업화에 유리하다. 또 코미팜.이노셀 등은 항암제나 면역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고, 제넥셀.마크로젠 등은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제를 연구하는 업체다.

지난달 처음으로 실시한 코스닥 기술성 평가도 이런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기술성 평가란 전문기관으로부터 기술력을 검증받은 업체는 적자 상태에서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크리스탈지노믹스.바이오니아.바이로메드가 평가를 통과해 공모를 앞두고 있다.

◆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바이오 산업의 미래 전망은 밝다.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는 배아줄기세포 부문에서만 연 60조원 이상의 의료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성과는 단기간에 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황상연 연구원은 "바이오주를 단기 고수익 테마주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임상 단계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시판까지 적어도 3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형 연구원은 "개발에 실패하면 후속 연구가 불가능한 기술보다는 여러 가지 치료제의 개발에 동시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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