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산부인과 다 죽게 생겼다…신설법 반발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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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된 ‘수술실 응급의료장비 의무 구비’ 조항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정부는 최근 수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응급의료장비를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명문화한 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산부인과에서는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가 2500만원에서 6000만원 가량 되는데, 이를 대부분 새로 비치해야 한다. 2년마다 충전해야 하는 비용도 600만원을 호가한다. 현재의 분만 수가로는 더 이상 분만실을 운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만 취약 지구 분만실을 운영하는 대다수의 소규모 개인 의원은 분만실을 폐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김 이사의 주장이다.

최근 수술에 따른 감염, 마취, 쇼크 등 미용성형 분야에서 환자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수술실 설치 안전 규정이 없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수술을 실시하는 의료기관에 응급의료장비 구비 의무가 없어 수술 중 위급상황 발생 시 의료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성형외과를 진료과목으로 하는 1091개의 의원 중 응급의료장비(자동제세동기 및 인공호흡기)를 구비하지 않은 성형외과는 77%이다. 응급의료장비 보유 현황은 종합병원 99%, 병원급 33%, 의원급 성형외과 0%로, 소규모 성형외과의 경우 모두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상태다.

김 이사는 “여기서 대상 의원급 의료기관이 미용성형수술을 하는 병원으로 한정된 것이 아닌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에서 일어난 문제를 왜 전체 병의원으로 확산시키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의원급 마취수술실 무정전 전원 장치를 강제화하기 위해서는 다음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전력은 대표적인 국가 기간 산업이며, 의료기관은 전력에 대해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정전에 대한 책임은 일차로 국가와 정부, 그리고 국영기업인 한국전력에게 있다는 것이다.

정전에 대비한 무정전 전원장치 설치를 정부가 개별 의료기관에게 강제하는 것은 국가와 정부 본연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란 목소리다.

둘째, 환자 안전을 위한 시설 강제화는 국가와 사회, 국민, 의료인의 공동책임이다. 고가 장비에 대한 시설 강제화를 추진하기 앞서 일선 의료기관이 이 같은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포지티브 인센티브를 먼저 제공하는 등 사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정부 지원없이 고가의 시설을 강제한다면 오히려 수술 건수가 적은 일선 의료기관의 수술 포기 사태로 경증 수술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더 집중돼 의료전달 체계 왜곡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정부는 동네 산부인과가 모두 없어지기 전에 강제화 규정을 폐지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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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영 기자 jyba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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