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신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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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IBM의 사훈은 다섯 글자로 되어있다. 딩크(think)-, 생각한다는 뜻이다. 1딩크, 2딩크, 3딩크, 똑 같은 말을 삼창-, 이것을 사훈으로 삼았다.
세계 1백28개국 약 30만 명의 IBM종업원들은「딩크·딩크·딩크」로 매진, 오늘 세계 정상 권의 기업이 되었다.
최근 미국의 격주간 경제지 포천이 미국의 경영전문가 7천명을 대상으로 한「가장 신뢰하는 기업」(Mostadmired) 조사에서도 IBM은 첫째로 꼽혔다. 「딩크」의 위력은 놀랍기만 하다.
설립자 「토머스·J·와트슨」은 젊은 시절 사무용품회사(NCR)의 세일즈맨이었다. 나이 불혹(40)에 그는 CTR사의 사장에 취임했다. 일종의 통계 기기를 만드는 회사였다.
지금의 사명 IBM은 1924년 개칭된 것이다. 「인터내셔널·비즈니스·머신」의 약자. 사무 기기 회사로 성격을 굳힌 셈이다.
이 회사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일화가 있다.
1929년 세계적인 대공황 때 통계기(PCS)를 대량으로 생산했다. 다른 회사들은 문을 닫거나 일손을 놓고 있을 때 IBM은 오히려 대량생산을 도모한 것이다.
바로 그것이 4년 뒤 미국의 뉴딜 정책과 함께 폭발적인 수요를 불러 일으켰다.
「T·J·와트슨」의 경영전략은 먼저 판로(수요)를 탐색하는 비즈니스맨 위주의 경영이었다. 적어도 1960년대 초까지는 이런 경영전략이 기업발전의 기축이 되었다.
그러나 1952년 「와트슨」2세가 IBM의 경영을 물려받으면서 전략도 바뀌었다. 『첨단기술의 왕국』과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그런 경영전략의 소산이다.
「컴퓨터 문명」으로 대변되는 오늘의 세계첨단기술은 사실 IBM을 빼 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일본의 히따찌(일립)가 컴퓨터 분야의 소프트웨어로 섣불리 IBM에 도전했다가 「완전굴복」의 형식으로 막대한 금액의 판 상까지 한 사건은 IBM의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82년도 IBM의 매상고는 3백43억6천만 달러. 동년 우리 나라 GNP의 절반규모다. 전기부문에선 미국제일. 마키트셰어(시장점유율)도 60년대의 70%에는 미치지 못하나 아직도 60%에 가깝다. 매상성장 년 평균 10%, 이익률 25%전후.
IBM의 연구개발활동은 ①기초연구 ②응용연구 ③선진적 테크놀러지의 개발로 나누어지며 년간 연구개발비만해도 총 매상고의 6.6내지 7%를 투자하고 있다.
24억 달러. 우리 나라 예산의 2배에 가깝다.
미국사람들이 IBM을 가장 신뢰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IBM은 미래에의 꿈과 포망도 함께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늘의 기업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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