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돼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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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스타PD, 대학교수, 55세에 음반을 발표한 늦깎이 가수 등 그를 수식할 수 있는 말은 많지만, ‘메신저(messenger)’만큼 그를 적절히 표현하는 단어도 드물다. JTBC 콘텐트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로 자리를 옮긴 주철환(60·사진) 교수 이야기다. 그의 주변에는 늘 사람과 일이 넘치고, 그들 사이에 ‘관계’의 다리를 놓아 인연을 맺어주는 것이 그의 주특기다. 최근 출간된 그의 열다섯 번째 책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다』(샘터)는 그런 주 교수의 인간관계 노하우가 집약된 책이다.

 “친구는 제 인생의 중요한 키워드이자, 행복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행복이란 결국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줘야지’라고 생각할 때 찾아오고, 그러려면 행복을 나눠줄 사람, 즉 친구가 필요하거든요. 경쟁에 익숙한 요즘 젊은이들은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그들에게 좋은 친구를 사귀는 제 나름의 방법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방송을 만들고, 글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의 일은 결국 ‘친구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남녀노소도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 모든 강연과 책의 마지막에 그는 자신의 e메일 주소를 공개하며 “나와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연락하라”고 권한다. 그렇게 맺은 관계들이 결국 삶을 이끌어갔다. “실리를 위해 맺은 관계는 아니지만, 결국 이들을 통해 새로운 일과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어요. 결국 책 제목처럼 ‘인연이 모여 인생이 된’ 것이죠.”

 책에서 그는 “친구를 사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이라 말하며,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와 훈련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시비지심보다 측은지심’ ‘기브 앤드 테이크는 잊어라’ ‘상대가 원하는 거리 배려하기’ 등이다. 결국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If I Were You(내가 너라면)’를 얼마나 잘하는가에 달려 있다.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라는 노래는 친구란 무엇인가를 보여주죠. 내가 너의 편에 설게. 언제? 시절이 거칠어졌을 때, 고난이 찾아왔을 때…. 그게 친구입니다.”

 단지 인간관계의 ‘기술’이 아닌 체험에서 나온 솔직한 고백이기에 마음을 울린다. 어릴 적 어머니를 여의고 고모에게 입양돼 외롭게 자란 일, 몸이 약해 슬픈 소년이었던 학창시절 등을 돌아보며 인생의 매 시기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자신을 키웠는지 들려준다.

‘친구는 동정이나 동경이 아닌 동행의 대상’ ‘인간관계에는 4관, 즉 관심·관찰·관계·관리가 중요하다’ 등 그의 글을 읽는 특별한 즐거움인 ‘언어유희’도 빛을 발한다. “저는 결국 언어가 노래라고 생각해요. 저는 뿔뿔이 흩어진 단어들을 만나게 해주는 메신저이자, 언어를 춤추게 하는 사람인 거죠.” 환갑을 맞는 올해, 사람들과 노래를 나누는 콘서트도 계획 중이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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