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인들 "필리핀 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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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은퇴한 후 필리핀에서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 일본 노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35km 떨어진 라구나주에 있는 일본인 퇴직자촌에서 혼자 9년째 살고 있는 고마쓰자키 노리코(小松崎憲子.76.여)씨는 교사 경험을 살려 매일 주변 필리핀 회사 직원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것이 큰 낙이다. 매주 한차례는 댄스클럽에서 춤도 춘다.

고마쓰자키 할머니는 "일본에서는 혼자 살아 적적했는데 여기서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데다 할 일이 있어 살맛이 난다"고 말했다. 2층 건물에 방만 65개인 이 퇴직자촌에는 의사.간호사가 상주해 있고 노인간병학교도 딸려 있다.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60㎞ 떨어진 카비테주 시란촌에서는 지난달 26일 일본인 퇴직자촌 기공식이 열렸다. 일본 기업이 투자하고 필리핀 재단이 운영할 이 퇴직자촌에는 노인간호시설뿐만 아니라 퇴직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기술을 필리핀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교류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사업을 추진 중인 구로다 다카유키(黑田孝之)씨는 "아직 일하고 싶은 고령자들이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일본의 물가에 비하면 경비는 저렴한 편이다. 약 5백40만엔(약 5천4백만원)이면 평생 입주할 수 있고, 전기료 등 한달 경비는 5만엔이면 족하다. 퇴직 후 매달 30만엔씩 받는 연금으로 충분하다.

필리핀 정부는 1987년부터 수입증대 차원에서 5만달러(약 6천만원)를 필리핀 국내에 예금한 사람에게는 영주권을 발급하는 특별거주퇴직자 비자 제도 등 '외국인 퇴직자 유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 비자를 취득한 사람은 67개국 9천여명에 이른다. 일본인은 대만.중국인에 이어 셋째(8백60명)로 많지만 필리핀 정부는 특히 일본인 유치에 적극적이다.

호세 마르세로 퇴직청 장관대리는 "장래 일본의 연금이 줄어들면 물가가 싸고, 자연환경이 좋은 이곳을 찾는 일본인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리=오대영 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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