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 스졔진, 첨단전자 메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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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인구가 4만 명밖에 안 되는 중국의 작은 마을이 중국 전체 산업의 구조 개편을 선도하고 있다. 싸구려 전자제품의 위탁 가공 단지에서 벗어나 첨단 전자정보산업의 메카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중국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중국경제주간'은 최근호에서 광둥성(廣東省) 둥관시(東莞市) 스졔진(石碣鎭)의 산업구조 개편 노력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면적이 36㎢에 불과한 스졔진은 한국의 읍에 해당하는 작은 지역이지만 16년 만에 중국 전자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한 저력 있는 공업지역이다.

◆ 16년 만에 전자산업 중심지로=중국이 전세계의 공장이라면 주장(珠江) 삼각주 경제권의 한복판에 자리한 광둥성 둥관시는 중국 전자제조업의 중심지다. 둥관시의 32개 행정구역 중에서도 스졔진은 5㎞에 걸쳐 '전자거리'를 조성해 전자산업의 중심지다.

1989년 대만 기업 즈션(致伸)이 저가 전자제품 위탁가공 업체 둥쥐(東聚)전업을 스졔진에 설립할 때까지만 해도 이곳은 한적한 농촌 마을이었다.

대만 기업들은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자 낮은 공장 임대료와 싼 임금, 홍콩 등에 인접한 입지 등을 감안해 스졔진으로 몰려들었다. 94년부터는 일본 기업들의 투자도 시작됐다.

꾸준한 외자 유입에 힘입어 스졔진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현재 대만.일본.한국 등 외자기업 190개를 포함해 모두 450개의 기업이 공장을 가동중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된 컴퓨터 키보드와 스캐너 등 9개 품목이 전세계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스졔진의 수출액은 33억9000만 달러에 달해 진(鎭)급 행정 단위 중 중국 최대를 기록했다.

◆ 첨단 정보산업의 메카 꿈꿔=잘나가던 스졔진도 최근 들어 원가가 올라가고 마진이 갈수록 줄어들자 노동집약형 산업을 기술집약형으로 바꾸는 산업 고도화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스졔진은 기업들에게 고유 브랜드 개발과 기술 특허 출원을 장려하고 자체 기술 표준 제정에도 나서고 있다.

대만 업체 타이다(臺達)가 올 들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한 데 자극받아 중국 기업들도 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스졔진 정부는 기금을 조성해 민영 기업이 기술혁신에 나설 경우 금융회사 대출 이자를 보조해주고 있다. 마진이 적은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에서 탈피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를 개발한 민영 기업에는 30~50만 위안의 장려금도 지원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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