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원어민교사도 김영란법 대상 … 두 번째 청탁부턴 거절해도 신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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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자 새로운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금품수수 문제는 물론이고 김영란법의 또 다른 축인 ‘부정청탁’에 관한 부분에서도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김영란법이 현실에 적용되면 어떤 논란이 있을 수 있을까. 질의응답 형식으로 추가 발생할 논란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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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무엇이 부정청탁인지 모호할 때가 있다. 부정청탁인지 합법적 민원인지는 누가 어떻게 판단하나.

 A. 해당 기관장이 임명한 담당자가 심사해야 한다. 김영란법 20조에 따르면 앞으로 공공기관장은 소속 직원 중 부정청탁 금지 담당관을 지정해야 한다. 국·공·사립학교, 언론사, 국책은행 등도 김영란법에선 ‘공공기관’에 해당되기 때문에 부정청탁 금지 담당관을 지정해야 한다. 이 담당관은 부정청탁 여부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받거나 내용을 조사하는 역할을 한다. 담당관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전망이다. 만약 소속기관장의 위반행위를 발견했다면 이를 법원 또는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하는 의무까지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허재우 청렴총괄과장은 “이미 감사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기관은 감사관이 업무를 겸임하거나 해당 실이 인력을 충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며 “각 기관별 신고 절차나 자세한 사항은 차후 발표되는 국민권익위의 지침안내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Q. 공직자가 자신과 관련이 없는 문제를 청탁할 경우는. 예컨대 공무원이 친구의 부탁으로 동료 공무원에게 업무를 파악해주고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면.

 A.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없어도 부정청탁에 해당한다. “친한 사람의 부탁인데”라면서 말을 전하는 것도 부정청탁에 해당돼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만약 이해당사자인 친구가 직접 담당직원에게 서둘러 처리를 요구했다면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

 Q. 부정청탁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공기업 임원이 친구로부터 ‘신입사원 채용에 응시한 아들을 잘 봐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거절하면 문제 없나.

 A. 한 번에 거절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더 청탁이 없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같은 부정청탁을 다시 받은 경우엔 이를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김영란법 7조 2항). 김영란법이 이 문제와 관련해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는 불고지죄를 규정한 건 아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을 들어줄 경우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하고 있다.

 Q. 외국인도 부정청탁의 제재 대상이 되어 과태료를 물 수 있나. 가령 유치원이나 사립학교 원어민교사가 학교장에게 시가 30만원 상당의 양주를 선물하고 인사청탁을 했다면.

 A.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성보 권익위원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속지주의(국적에 관계없이 한국에 있는 외국인 모두에게 대한민국 법을 적용)원칙에 따라 외국인이 우리나라 법을 어긴다면 김영란법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형법은 속인(외국에 나간 한국인)·속지(한국에 있는 외국인)주의를 모두 따르고 있다. 그래서 외국인에겐 과태료뿐 아니라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공직자 신분이 아닌 외국인이라도 공직자에게 1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을 제공하면 형사처벌된다.

 Q. 공직자가 부친상을 당했을 때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사촌이 조의금으로 대통령령(아직 미정) 이상을 내면 과태료 대상이 되나.

 A. 아니다. 김영란법의 금품수수 적용 예외조항에 ‘공직자의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이 포함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친족은 민법상 친족이다.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척, 8촌 이내의 혈족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사촌이 낸 조의금은 금품수수 예외조항에 해당한다.

 Q. 공무원과 기자가 식사를 했다. 대통령령이 정한 금액 이상의 식대 를 한쪽이 계산했다면.

 A. 직무 관련성이 있는 관계일 경우 두 사람 모두 과태료 부과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직무 관련성이 없는 단순 친목 모임이라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금액’ 이상일 때만 김영란법이 적용된다. 그 이하는 과태료 부과대상이 아니다. 현행 공무원행동강령은 식사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을 3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권익위는 이보다 상향 조정할 뜻을 밝히고 있다.

 Q. 대통령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되나.

 A. 법 해석이 엇갈린다. 김영란법에서 명시한 공직자 중엔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이 해당되므로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국회 법사위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대통령은 임기 중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가지고 있으니 사실상 제외된다”고 해석했다. 이성보 권익위원장도 “대통령을 이 법에 넣어 판단하긴 어렵다”고 했다.

전영선·이지상·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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